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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미사 전례] (8) 모든 것을 정화하고, 세례의 은총을 청하는 성수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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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동전 앞뒷면처럼, 모든 생명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우물가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여인에게는 우물의 물을 달라고 청하면서, 당신이 줄 물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영원히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안에서 물이 솟는 샘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할 것이다.”(요한 4,14) 절대 마르지 않는 샘은 무엇일까? 하느님의 사랑이라는 샘이리라.

물은 또한 정화와 쇄신의 힘도 있습니다. 특히 세례의 물은 우리에게 과거의 잘못을 씻어 주고 새사람, 곧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세례성사-생명의 축제」에서 세례수의 정화 특성을 이렇게 말합니다. “세례수는 아이 안에 나타나는 둘도 없는 하느님 모상을 흐리게 하는 모든 것을 정화하고자 한다.”

교회는 자연적이고 우주적인 물의 기본적인 특성을 성서적 배경과 함께 전례에 도입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성수 예식입니다. 물을 축복하여 가정에서 사용하는 관습은 이미 5세기경부터 전해 내려왔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북 유럽에서는 중세 초기 이래 수도원이나 묘지 등에서 물을 축복하고 행렬하면서 성수를 뿌리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레오 4세 교황(847-855) 이래 성수 예식은 주일미사 전 예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비오 5세 교황은 이 예식을 「로마 미사 경본」(1570)에 수록하여 주일 낮미사 전 예식으로 고정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전례 개혁 이후에는 참회 예식에서 성수 예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에서는 “주일, 특히 부활 시기의 주일에는 통상적인 참회 예식 대신에 경우에 따라 세례를 기념하는 성수 예식을 할 수 있다”(51항)라고 하며, 부활 때 받은 세례를 상기시키며, 본래 하느님의 모상을 흐리게 하는 것을 정화하여, 주님의 파스카 신비를 기념하는 미사에 흠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성수에 지역의 문화와 풍속에 따라 소금을 넣을 수 있습니다. 소금을 넣을 때는 예언자 엘리사 이야기를 상기시키고(2열왕 2,19-22) 소금이 갖는 정화적인 상징성을 확인시키는 축복을 합니다. 성수의 본질적인 요소는 물과 축복기도이기에 꼭 소금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성수 축복 이후에 사제가 성수를 뿌릴 때 교우들은 고개를 숙여 십자 성호를 긋고, 성가를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부활 시기가 아닌 때에는 ‘Asperges me’(‘우슬초로 정화수를 뿌리소서’ 시편 51,7)라고 하여, 에제 36,25-26과 1베드 1,3-5로 구성된 찬미가를 부릅니다. 반면에 부활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Vidi aquam’(‘성전 오른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보았네’ 에제 47,1-2.9)과 스바 3,8과 다니 3,77.79 그리고 1베드 2,9에서 취한 찬미가를 부릅니다.

미사의 참회 예식으로서 성수 예식은 ‘세례-파스카-참회’의 관계를 탁월하게 드러내 주지요. 세례를 통해 파스카 신비에 참여하게 된 그리스도인들이 다시 하느님의 자녀로서의 모상을 되찾도록 정화시켜 주는 성수 예식은 미사에 제대로 그리고 흠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정결한 물을 뿌려 모든 부정에서 너희를 정결하게 하고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리라.”(성수 예식, 부활 시기 아닌 때, 따름 노래 2)


윤종식 티모테오 신부
가톨릭대학교 전례학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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