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은 부부의 계약을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사’로 만든 것입니다. 세례성사를 받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루는 혼인은 성사가 되므로, 이들의 혼인 생활은 성사생활입니다. 혼인 생활을 시작한 부부는 더는 인간적인 사랑이 아닌, 성사적 은총을 가진 초자연적 사랑을 나눕니다. 이는 서로 상대방을 구원할 수 있는 지극히 은혜로운 사랑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①혼인성사의 성경적 근거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창세 1,28)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 놓아서는 안 된다”(마르 10,8-9)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으로 서로 순종하십시오”(에페 5,21-33)
② 혼인의 본질적 특성(교회법 제1056조)
단일성 : 하느님 뜻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혼인, 곧 일부일처제에 있으며 남녀 동일한 품위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불가 해소성 :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혼인은 부부 사이 영속적인 성격을 띠며 죽음 이외에는 결코 갈라놓을 수 없습니다.
③ 혼인의 목적
사랑이신 하느님을 원천으로 하는 부부 사랑입니다. 이 사랑은 부부행위의 인격적이며 실제적인 나눔을 통하여 일치로 표현됩니다. 일치는 그 결실이요 열매인 출산으로 이어집니다.
④ 유효한 혼인 형태
적법적 혼인 : 비영세자 남녀 사이 국가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유효하게 맺은 혼인입니다.
자연적 혼인(관면 혼인) : 가톨릭 신자는 신자가 아닌 사람과는 원칙적으로 혼인하지 못합니다. 다만 한국처럼 외교인(믿지 않은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는 두 가지 조건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이를 관면 혼인이라고 합니다. 영세자와 비영세자 남녀 사이 적법적 혼인으로, 교회법에 따라 교회 관할권자로부터 필요한 관면을 받은 것입니다.
성사적 혼인 : 영세자 남녀 사이에 합법적으로 유효하게 맺은 혼인으로, 유효한 자격과 함께 혼인 합의가 있어야 하며 교회법적 형식도 갖춰야 합니다.
⑤ 무효장애(조당)
혼인을 유효하게 맺을 수 없는 무자격자를 말합니다. 하느님의 법에 의한 장애와 교회법상의 장애가 있습니다. 전자는 관면될 수 없으나, 후자는 사도좌 또는 권한이 있는 교구 직권자나 사제에 의해 관면될 수 있습니다.
연령장애 : 교회법상 남자 만 16세, 여자 만 14세 이전 혼인은 무효입니다.
성교불능 장애 : 정상적인 방법으로 육체적인 성관계를 맺을 수 없는 장애로, 관면되지 못합니다.
혼인 유대 장애 : 합법적인 혼인을 하면 혼인 유대가 존속하는 한, 두 번째 혼인할 수 없습니다.
미신자 장애 : 신자가 세례받지 않은 사람과 혼인하는 경우 적용되는 교회법상 무효 장애입니다. 단, 본인의 신앙이나 자녀의 종교 교육이 보장될 경우 관면될 수 있습니다.
성품 장애 : 성품은 주교품·사제품·부제품을 말하며, 유효한 혼인을 할 수 없습니다. 관면이 사도좌에 유보된 장애로 교황만이 관면할 수 있습니다.
수도 종신 서원 장애 : 수도회에서 공적 종신 정결 서원을 한 사람은 유효하게 혼인할 수 없습니다. 관면이 사도좌에 유보돼 있으며, 교구 설립 수도회는 교구장 주교가 관면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유괴 장애·범죄 장애·혈족 장애·인척 장애·내연 관계의 장애·양자 관계의 장애 등이 있습니다.
혼인 공시 : 남녀가 혼인하기 전에 그들의 성명과 주소·부모의 성명을 기록한 ‘혼인 공시’를 성당 게시판에 붙이고, 누구든지 이들이 합법적으로 혼인할 수 없는 혼인 장애(조당)가 있음을 알면 본당 사제에게 통보하라고 알리는 것을 말합니다.
박모란 교리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