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천경준(마티아) 씨젠 회장이 주식 기부 협약식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부모 없는 유아는 약자 중의 약자 아니겠습니까. 또 독거노인들은 자식과의 관계나 의식주 해결이 힘든데, 이들에게 조금의 보탬이 되고자 기부를 결정했습니다. 저희 부부가 70대 중반인데, 더 나이 들기 전에 기부금이 수혜되는 걸 보고 싶었습니다.”
의약전문기업 씨젠 천경준(마티아)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정진호 신부)와의 주식 기부 협약식에서 이같이 밝혔다.
천 회장 부인 안정숙(가타리나)씨는 자신이 보유 중인 씨젠 주식 30만 주(77억여 원)를 기부했다. 기부 주식 수는 안씨 보유량의 절반에 달한다. 안씨는 협약식에 참석 예정이었지만 건강상 이유로 천 회장만 자리했다. 복지회에 기부하는 주식은 무의탁 영유아와 독거노인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다만 5년간 복지회는 양도된 주식을 매도하기보다 배당금을 활용할 예정이다.
천 회장은 기부에 힘써온 이유를 설명하며 청소년·청년기 기억을 꺼냈다. 천 회장은 “등록금을 내기도 어려웠고 서울역 대합실에서 잔 적도 많았다”며 “어려운 학생들을 보면 학창 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난은 당사자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신념도 내보였다. 그가 30년 넘게 모교 한양대에 기탁해 온 장학금은 20억 원이 넘는다.
천 회장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복음 정신을 지켜 조용히 나눔 정신을 이어왔다”며 복지회에 주식을 기부한 것도 “가톨릭 재단의 선한 영향력을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복지회는 이날 천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으며,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기부 협약식 후 천 회장을 만나 감사의 뜻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