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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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주님께서 부활하셨는데 대영광송을 외국어로 들어야 하나요?”


매년 부활 때마다 내 마음속에 드는 불만 중 하나는 부활 성가를 라틴어나 이탈리아어로 들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그마저 성가가 길어 자리에 앉아 있으니 “일어나 달라”는 해설자의 멘트에 마지못해 일어난 적도 있었는데, 이 또한 불만이었다. “과연 이런 모습으로 어려운 성가들을 듣고 있기만 할까?” 하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하는 것이 전례 형식에 들어 있는 줄 알았다.


2025년 겨울, 제주교구 하귀본당에서 성가대 지휘를 맡게 되었다. 이보다 더 예전에 어느 교구의 작은 본당에서 한 달 정도 지휘자 흉내를 내다가 쫓겨 난 이후로 관심조차 없었던, 아니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여겨 생각조차 안 했던 내가 지휘를 한다고 성가대원 앞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하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하귀본당에서 나를 선택한 건 실수라는 핑계를 마음에 두고 성가대원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렇게 어색한 인사를 끝내고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기초적인 지휘를 시작했다. 이때 깜짝 놀랐던 것은 내 손짓에 반주와 노래가 시작되고, 내 지휘 템포에 맞춰 성가가 불리고, 나의 마무리 지휘 액션에 노래가 끝난다는 것이었다. 당황스럽고 등짝에 땀이 물 흐르는 듯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위치에 있는 게 맞는지, 뭔가 잘못된 건 아닌지 심장이 뛰었다. 연속되는 긴장감 속에 어깨는 무거워지고, 정신이 없었다. 어떻게 연습을 했고, 어떻게 미사를 했는지도 모른 채 빨리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학수고대했던 것 같다.


육지에서 지휘하고 있는 후배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주변의 신부님들에게 전례에 관해 여쭈어보기도 하고, 영상도 참고하기 시작하였다. 30년의 찬양 사도 활동에서 얻은 경험과 현장에서 배우고 느꼈던 방법도 생각해 내며 본격적인 공부(?)를 하려고 했을 때, 그동안 불만이었던 것들이 해결되는 놀라운 체험을 하게 되었다. 꼭 성가를 어렵게 외국어로 불러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성가는 신자들이 즐겁고 기쁘게 미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불러야 한다는 것이 전례 관련 책을 읽고 계셨던 신부님께 들은 내용이었다. 오호라~.


그다음부터 성가대 단원들에게 “외국어로 된 특송은 절대 하지 않겠다. 제 능력이 거기까지고, 전례서에도 꼭 어렵게 부르라는 내용도 없으니, 불만이면 저를 쫒아내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면서 연습에 임하고 지휘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휘한 지 아직 짧은 기간임에도, 느낀 것이 있다면 성가대가 즐겁고 행복하게 성가를 불러야 미사에 오시는 신자들도 즐거워한다는 것이다. 또한 일주일 동안 힘겨운 일상생활에서 시간을 내어 미사에 참석하신 신자분들에게 성가를 통해 주님의 위로와 사랑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놀랍고 은혜로운 시간인지를 신자분들의 얼굴을 통해, 목소리를 통해 조금씩 체험하고 있다.


이 체험을 한 후 한 가지 바람이 생겼다. 그 바람은 공감을 얻지 못하는 어려운 성가를 부르는 것보다, 내 목소리를 드러냄으로써 주님의 이름이 가려지는 것보다, 나의 작은 찬양과 작은 몸짓이 주님과 신자들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미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글 _ 박우곤 알렉시우스(가톨릭청년머뭄터 혼숨지기, 안드레아여행사 성지순례 프로그램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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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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