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가운데) 주교가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핵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광화문 시국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15주년을 맞아 시민사회와 종교계가 이재명 정부의 원자력발전소(원전) 강행에 대해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339개 단체와 3339명 개인으로 구성된 신규 핵발전소 저지 전국비상행동은 11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탈핵선언대회를 열고 정부의 신규 원전 확대 정책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이날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15년 되는 날로,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000명 이상이 함께했다.
사전행사 격으로 열린 '핵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광화문 시국미사'가 같은 자리에서 거행됐다. 가톨릭기후행동 고문 강우일(전 제주교구장) 주교가 주례했으며, 천주교창조보전연대 상임대표 양기석 신부, 서울대교구 생태환경위원회 부위원장 임현호 신부 등이 공동집전했다.
강 주교는 강론에서 "율법학자가 '내 이웃이 누구냐'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려주시며 길가다 강도를 만난 사람을 보고 레위인과 사제는 못 본척 지나갔지만 사마리아인은 상처를 싸매고 살려냈다고 말씀하셨다(루카 10, 25-37 참조)"며 "오늘날 초주검이 돼서 쓰러진 이웃은 다름 아닌 공동의 집 지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간의 무절제한 폭력과 욕망의 상징이 핵발전소"라면서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는 인공지능(AI) 산업을 위해 탈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에너지를 무한대로 쓰려는 탐욕"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강 주교는 최근 레오 14세 교황의 AI 관련 우려를 인용해 "우리가 기계의 종이 돼 인격을 상실할 위험이 다분하다"면서 "한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당장의 재화보다 인간 인격의 가치를 우선해 식별하는 지혜를 깨달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 뒤 이어진 행사에서 탈핵 선언을 비롯, 한국 내 원전 밀집 우려와 상존하는 사고 위험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퍼포먼스 등이 이어졌다. 특히 졸속한 여론조사와 시민사회 의견 수렴 않는 원전 강행 논의 등에 항의하며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에서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 처분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을 추진하는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주민 우누마 히사에씨는 국제연대 메시지를 통해 "사고가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주최 측은 선언문에서 “지금 한국 사회는 핵발전을 확대할 것인지,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에 ▲김성환 기후부 장관 해임 및 신규 핵발전소 건설 계획 중단 ▲핵발전 확대 정책 주요 쟁점에 대한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사회적 토론 보장 ▲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요구 등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행사 뒤 청와대까지 인간 띠를 이어 행진했다. 행진 도중에는 원전 사고의 경각심을 되새기며 참가자 전원이 길거리에 누워 '다잉 퍼포먼스'를 펼쳤다. 시민사회 대표단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청와대 앞에서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권영국(베드로) 정의당 대표는 cpbc와의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더이상 핵발전소가 지구에서 존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며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역행하는 에너지정책은 나쁜 정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