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낮춰야 한다는 논의가 정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인권단체와 종교계에서는 낙인효과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현행법은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청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둘러싼 논의가 촉발됐다. 이후 주무 부서인 성평등가족부는 3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를 발족하고 1차 회의를 열었다.
한국갤럽이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에 대해 찬성 의견이 8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대는 13, 유보는 6로 나타났다.
연령 하향에 찬성한 815명에게 어느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지 물은 결과 만 12세 미만이 39로 가장 많았고, 만 13세 미만이 28였다. 만 10세 미만도 20나 됐다. 여론은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에 적극 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자는 이들은 소년 범죄가 성인 범죄 못지않게 흉포화되고 있고, 범죄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주요 근거로 든다. 그러나 소년 범죄 건수가 증가했다거나 흉포화됐다는 통계를 확인할 수 없다는 반론과 함께 처벌 확대에 따른 낙인효과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찰청 통계에 의하면, 경찰에 입건된 촉법소년 수는 2021년 1만1677건에서 2025년에는 2만1095건으로 수치상으로는 81 증가했다. 그러나 이 통계는 무혐의 종결된 사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 같으면 용서하고 넘어갔을 사안도 신고하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정민하(율리오) 신부는 “단순히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것이 소년 범죄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는 해법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소년 범죄의 상당수는 가정환경, 인적 관계 단절, 교육 부재 같은 문제와 연결돼 있어 처벌 강화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고 교육과 회복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 차진태(모세) 변호사 역시 “소년 범죄가 실제로 증가했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있는지 의문이 들고, 청소년 범죄와 관련해서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며 “이른 나이에 형사처벌을 경험하면 이후 삶에 낙인과 차별이 초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촉법소년 상한 연령에 관한 여론이 자극적인 언론 보도 행태에 기인한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인권연대 오창익(루카) 사무국장은 “언론이 통계를 왜곡하거나 특정 연도 통계만을 인용해 시민들에게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사례들이 있다”면서 “촉법소년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청소년 보호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고 있는지를 우선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