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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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빚은 신앙] 교회 안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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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다 보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종교를 접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개인정보란에 ‘종교’라는 항목이 따라붙기 시작합니다. 보통 개신교 신자인 친구들이나 종교가 없는 친구들이 가장 많고, 가톨릭은 불교와 비슷한 비율일 때가 많았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종교의 차이로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때로는 다툼이 생기기도 합니다. 주일에 성당에 가보면 학교나 학원에서 보던 친구들에 비해 성당에서 만나는 친구들의 수는 훨씬 적습니다. 몇 명 되지 않는 친구들과 매우 친해질 때도 있지만, 싸우고 서로 토라질 때도 많습니다. 그렇게 소수로 남은 친구들은 점점 더 끈끈해집니다.


하지만 그런 시기도 오래가지는 않습니다. 주일이 되면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친구, 주일에도 학원이나 독서실에 가는 친구 등으로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하나둘 줄어듭니다.


결국 성당에는 형, 누나, 동생들 몇 명만 남게 됩니다. 청년이 되면 동갑 친구들이 거의 없는 성당 안에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게 됩니다. 본당을 벗어나 지구나 교구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비로소 또래 신자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찬양 활동을 하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고, 연령대도 매우 다양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하나둘 친구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노래하는 김다영(루치아), 최홍엽(라파엘), 작곡가 이원락(예로니모), 선교사 추준호(예레미야)입니다. 


동시대를 살아온 만큼 공감대도 많고, 함께 나누는 수다가 무척 즐겁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 만난 덕분에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 큰 다툼없이 지내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교회 안에서 같은 활동을 하다 보니 서로 나눌 이야기도 많아집니다. 다 같이 모일 때면 자연스럽게 약속 장소를 성지로 정하는 것도 매력입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는 경험하지 못했던, 성지를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지금도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가끔 함께 찬양할 때면, 평소에는 수다를 더 좋아하던 우리가 찬양을 시작하는 순간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과 함께해 온 시간이 목소리를 통해 다시 떠오릅니다. 그래서인지 그 시간은 쉽게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행복으로 남습니다.


교회 밖에서 삶을 살다 보면 각박한 사회생활 속에서 어떤 방법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교회 안에서 만나는 친구들과의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특별한 시간으로만 남는 현실은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어릴 때부터 성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친구들과 교회 밖에서 노는 시간보다 교회 안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의 친구이신 주님과 함께, 친구들과 손을 잡고 뛰어놀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동시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글 _ 장영환 요한 세례자(수원교구 찬양사도협의회 연주분과장)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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