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관계는 각별합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여서 때로 서로를 침범하며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애와 증을 오갑니다. 고(故) 박완서(정혜 엘리사벳) 작가는 이러한 모녀 사이의 모순을 작품 「엄마의 말뚝」에서 신랄하게 풀어냈습니다. 그는 이상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소설이기 이전에 한바탕의 참아내지 못한 통곡 같은 것”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삼켜야 하는 이야기였지만 삼키지 못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세상에 쏟아 냈고 후회도 많이 하셨다고요.
저, 클라라 역시 오래도록 모녀 사이 애증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엄마 소피아를 미워하며 죄책감에 시달렸고, 큰딸 가타리나의 미움을 받으며 가슴 아파했습니다. 그러나 미워하고 미움받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제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얽히고 또 끊어 내며 제 삶에서 꼭 해야만 하는 진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태아에게 문제가 있음을 직감한 순간 임신 중지를 결심했다던 엄마의 고백은 제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엄마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자신이 소멸되어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습니다. 스스로 엄마 마음에 드는 딸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엄마 마음에 드는 딸의 삶이 제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므로, 점점 그 사이 격차가 벌어지며 엄마를 미워했던 것이었습니다.
아픈 엄마를 위해 의사가 되겠다던 열 살 큰딸에게 엄마란 존재가 미움의 대상이 되는 건 시간문제였습니다. 엄마를 위해 선택한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닐 때, 그 갈등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자라는 동안 내내 엄마 마음에 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그리되지 못한 저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 클수록 엄마에 대한 미움도 커진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27)
미워하고 미움받으며 죄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제게, 루카복음 14장이 처음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심지어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던 예수님께서 엄마를, 딸을, 자기 자신을 미워하라고 하시다니……, 미워하지 않으면 당신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하시다니요.
하지만 묵상을 거듭하며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공부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자신까지 미워하게 되더라도, 자신의 십자가를 찾고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서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진짜 공부라는 깨달음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모녀 관계라는 테두리 너머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싶습니다. 엄마에게 얽매이지 않고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서 제 길을 가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비로소 큰딸 가타리나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엄마 소피아로부터 간절히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얼마든지 나를 미워하렴. 그리고 네 길을 가렴.”

글 _ 김정은 클라라(가족인문학연구소 공동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