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합동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이란을 공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고 있다. 이란이 페르시아만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쟁이 장기화하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한국·중국·일본·프랑스·영국 등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해군 파병을 요청했다. 이처럼 한국이 군사작전 참여 여부의 기로에 있는 상황에서 파병 거부를 촉구하는 행사가 열렸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은 3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 사태에 관한 각계 공동시국선언 ‘불법부당한 침략전쟁 규탄한다! 침략을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 요구 거부하라!’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번 선언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하성용(유스티노) 신부, 참여연대 백미순 공동대표, 한국YMCA전국연맹 김경민 사무총장 등이 공동 제안했다. 가톨릭 농민회, 예수회 사회정의생태위원회,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팍스 크리스티 코리아(PCK), 가톨릭 동북아 평화연구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참여연대, 정의당 등 660개의 종교단체·시민단체·정당과 1715명의 시민이 선언에 동참했다.
선언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타국의 영토적 보전과 정치적 독립을 무력으로 위협하지 못하게 규정하는 ‘유엔 헌장 제2조 4항’을 위반하며 전쟁을 감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타국의 주권과 생존, 평화를 유린하는 침략과 전쟁으로는 민주주의도 인권도 가져다줄 수 없고, 수많은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적의를 고조시킬 뿐임이 명백해지고 있다”며 “전쟁으로 인한 고통은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더 빨리 더 가혹하게 전가되고 있고, 계속되는 공격 속에 지금도 많은 사람과 비인간 존재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모호한 태도로 파병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청해 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른바 ‘꼼수 파병’하는 방안을 우려하며, 이는 한국이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제5조 1항에도 위배됨을 지적했다.
현재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에 포함된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단서 조항을 근거로 청해 부대를 파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는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해군을 파견한다면 이는 ‘선박 보호’나 ‘국민 보호’ 조치가 아니라 명백히 전쟁에 동참하는 위헌 행위로 주권과 평화, 생명과 안보를 총체적인 위기로 몰고 가는 자해적 조치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군인들과 교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경제적 파국으로까지 이어질 파병을 단호히 거부하고, 국회는 정부가 꼼수 파병 등의 방식을 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3월 19일 광화문 서십자각터에서 집회를 열고 평화와 전쟁 반대를 원하는 모든 시민과 함께 청와대로 행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