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로 한국에 와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과 함께 60년을 살아 온 안광훈 신부(로베르토?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가 3월 21일 오전 4시 서울 성북구 동서요양병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84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3월 24일 오전 10시 서울대교구 주교좌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된다.
안광훈 신부는 1965년 사제서품을 받고, 이듬해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1968년부터 원주교구 삼척 사직동본당, 정선본당, 단구동본당 등에서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
원주교구 선교 시절 안 신부는 도시빈민들을 위해 헌신했다. 정선본당 주임신부 때는 고리대금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주민들을 위해 1972년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설립했고, 성 프란치스코 의원을 열어 본당 신자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봉사했다. 1974년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이었던 고(故) 지학순 주교가 유신 정권에 의해 부당하게 구속됐을 때에도 석방을 요구하는 시국기도회 등에 참여하는 등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81년 서울로 온 안 신부는 서울대교구 목동본당, 미아동 선교본당, 삼양동 선교본당 등에서 주임 신부로 사목했다. 당시 서울은 인구가 집중되고 재개발 붐이 한창이었는데, 안 신부는 안양천변에 살다가 쫓겨나는 철거민들의 비참한 현실을 마주했다. 철거민들에게 본당에 자리를 내어주고 철거 반대 운동에 함께했으며, 이들이 경기도 시흥시 목화마을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물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1992년 미아동 선교본당에서 사목할 때에도 철거 위기에 몰린 미아동 주민들과 동고동락했고, IMF 위기가 오자 서울북부실업자사업단 강북지부를 맡아 실업 문제 해결과 저소득층 자립, 노숙인 자활 등에 힘쓰며 이 시대 가장 가난한 이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삶을 실천했다.
안 신부는 2012년 서울시 사회복지대회 대상 수상, 2014년 아산사회복지재단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특별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국적을 받았다. 이 밖에도 선교회 한국지부 초대 신학원장, 선교회 한국지부 부지부장, 한국지부 재정 담당 등으로 소임했다.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는 “안 신부님은 병상에 눕기 직전까지도 사제관이 아닌, 주민들이 사는 동네에서 이웃으로 함께했다”며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말씀하셨던 ‘양 냄새 나는 목자’로서 헌신해 온 신부님의 아름다운 삶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