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메라를 만지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됐다. 6·25전쟁이 끝난 뒤, 미군 병사들이 들고 온 어른 주먹만 한 장난감 같은 까만 플라스틱 필름 코닥 카메라를 손에 넣은 것이 그 시작이었다. 베트남 전쟁 이후에는 일본제 카메라가 시중에 많이 나돌았는데, 당시 일본제 소형 카메라인 캐논 필름 카메라를 구입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카메라 기종을 여러 차례 바꿔 가면서 사진을 찍어 오다 디지털카메라 시대로 진화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 필름 카메라 시대엔 거의 가족사진에 머물렀다. 촬영 횟수에도 한계가 있었고, 현상과 인화의 번거로움도 있었기에 사진은 대체로 가족사진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 시절의 사진은 적어서 더 귀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성장하는 과정과 사소한 생활 변화에도 사진을 찍어 남겼다. 돌잔치와 입학식 같은 특별한 날뿐 아니라, 집 안에서 웃고 떠들던 평범한 하루도 내겐 소중한 기록이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사진 속 인물들도 함께 자랐다. 자녀들이 자라고, 다시 손주들이 태어나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다. 손주들이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치는 시간 속에서 기억에 남길 일상뿐 아니라 국내외 가족 여행에서도 가능한 틈을 내 따라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기록했다. 이런 나의 가족사진 찍기의 결과로 가족사진 부자가 되어 30여 권에 이르는 사진집을 갖게 되었다.
인쇄본으로 정리한 가족사진집은 11권. 사진집에는 ‘DEO GRATIAS(감사)’라는 이름을 붙였다. 말하자면 60여 년에 걸친 기나긴 세월의 가족사다. 지금도 우리 가족의 주요 행사를 빠짐없이 사진으로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가족사 사진은 지금, 우리 가족들에게 커다란 감동과 눈물겨운 회상, 즐거운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가난했던 시절의 삶이었지만, 기쁘고 행복했던 갖가지 일들이 사진에 생생히 살아 있다. 세월이 겹겹이 쌓여 침묵하고 있던 이미지들이 클로즈업되면서 지나간 그때의 이야기를 한다.
그것이 꽃이건, 구름이건, 태양이건, 바다이건 창조주 하느님의 말씀을 들려준다. 사진 속에서 이제는 60세를 넘기고 있는 자녀들과 30세를 바라보는 손주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은혜를 깊이 느끼면서 감사한다.
감사의 마음은 우리 온 가족이 모두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게 했다. 본당에서 성가정 상을 받기도 했다. 본당 창설 초부터 본당의 여러 행사마다, 그리고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성당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찍어 왔는데 이는 초기 본당의 역사 자료로 남게 되었다.
주임신부님은 이렇게 찍은 본당 관련 사진들을 추려 두 번이나 성당 달력으로 엮어 교우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얼마나 은혜로운 일인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진이 찍혔을 때의 성취감은 기쁨과 감동을 안겨준다. 단순한 사진에서 작품으로, 마침내 삶의 지친 영혼이 치유되게 하는 사진 예술로 승화되어 하느님을 만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진을 찍는다.

글 _ 김영덕 요한 세례자(수원교구 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