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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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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6일 민주당 남인순 의원의 대표 발의로 연명의료결정법의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이 연명의료의 중단이나 보류를 이행할 수 있는 시점을 임종 과정으로 정의하고 있다면, 그 이행의 시기를 말기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법안은 기존의 법안에서 임종 과정이라는 용어만을 삭제하면서 매우 단순하게 개정되었다. 남인순 의원의 법안 발의를 전후로 한국 사회에서는 그와 같은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도 이런 논의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명의료의 중단이나 보류는 현재 환자에게 이루어지고 있는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아예 적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이루어지는 의료 행위 가운데 치료적 효과가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의료를 의미한다. 따라서 연명의료는 고정된 목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은 인공호흡기를 연명의료의 목록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인공호흡기 자체가 연명의료가 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임종 과정, 즉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 있을 때 연명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이나 보류의 이행은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지지만, 이는 죽음을 인위적으로 초래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생명의 연장을 중단하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행 시기를 말기로 확대할 경우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생명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에 비추어 볼 때, 이행 시기의 말기 확대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이행 시기의 말기 확대는 의사의 책임을 말기에 대한 판단으로 제한하고 의료에 대한 결정을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온전히 맡겨버린다. 지금까지 담당의사는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는지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환자가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을 판단하게 되며 이후에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이행 시기가 말기로 확대된다면, 의사는 환자나 가족들의 일방적인 결정을 수행하는 역할로 전락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까지 중단할 가능성도 커진다.


둘째, 이행 시기가 말기로 확대된다면 환자에게 무익한 의료를 판단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 법이 규정하고 있는 임종 과정, 즉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는 대부분의 적극적 치료가 환자에게 부담과 고통만을 주는 무익한 의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말기가 되면 환자의 상태는 더 다양해지고 무엇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무익한지를 판단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질 것이다.


세 번째는 비암성 질환의 경우 이행 시기의 말기 확대는 더 큰 어려움과 위험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현재 이행 시기의 말기 확대를 추진하는 중요한 이유가 말기와 임종 과정의 구분이 어렵다는 것인데 이는 암 같은 일부 질환에만 해당한다. 호흡기 질환 환자의 경우 현재의 말기 판단 기준에 부합하지만 환자가 수년간 생존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암이 아닌 질병의 경우는 그만큼 말기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만약 현재 질환별로 존재하는 말기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더 살 수 있는 환자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단축하는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연명의료결정법의 유일한 목적처럼 내세우는 분위기이다. 연명의료결정법의 또 다른 목적이자 생명의 가치를 고려하게 하는 환자의 최선의 이익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 공존의 핵심 가치인 생명에 대한 인식이 사라질 때 그 피해는 태아나 말기 환자 같은 가장 약한 이들에게 먼저 돌아간다. 우리나라의 낙태죄 폐지는 우연이 아닌 것이다.



글 _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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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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