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에서 일하면서 북향민들을 자주 만납니다. 특히 하나원을 방문하면서 그곳에서 교육받고 수료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물어봅니다. “이제 하나원을 수료하고 대한민국 사회에 정착하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그러면 대부분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물으면 ‘중국이나 북에 있는 가족을 데리고 들어오기 위해서’가 가장 많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적지 않은 수가 ‘성형수술’을 이야기합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수술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얼굴인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수술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해 물었더니 그 이유가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의 얼굴이 이미 중국에든 북한에든 알려져 있기 때문에, 혹시 사진이 찍혀 북에 있는 가족들이 피해를 볼까 봐 다른 얼굴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지 쌍꺼풀 수술 정도가 아닌 확실한 변신을 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나원에 들어갈 때도 사진을 찍지 말라고 교육하고, 혹시 사진을 찍으면 절대 인터넷에 올리지 말라고 교육받습니다. 그리고 가끔 수료하고 만나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어울리는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다고 이름 좀 지어달라고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 하는, 아니 그래야만 하는 이들의 삶이 이해는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북향민에게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넣었는데 면접 때 북에서 왔다는 말을 듣고 바로 탈락을 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차라리 조선족이라고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북이 싫어서 도망쳤는데, 이미 대한민국의 국적을 받았고, 대한민국 여권도 가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에서도 차별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대한민국에 적응하기 위해 말투도 바꾸려고 노력하고, 외모도 대한민국 사람처럼 꾸미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이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인식이 바뀌기까지 아직 멀었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같은 말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에 와서 새로운 모습으로 살기 위해서도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는 부활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새로운 삶은 우리에게 거저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냥 거저 주어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주변에는 이미 부활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기를 기도합니다. 그들의 노력이 더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우리도 부활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도 모두 부활할 수 있기를, 그래서 부활 이후 예수님과 함께 행복하기를 기도합니다.

글 _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