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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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벚꽃 ‘성지’ 순례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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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전국의 벚꽃 명소, 흔히 ‘벚꽃 성지’라고 불리는 곳들은 상춘객들로 붐빈다. 꽃만을 바라보며 즐기는 봄나들이도 좋지만, 기왕 벚꽃 ‘성지’라면 신앙선조들의 숨결이 깃든 진짜 성지와 성당에서 봄을 맞이하며 순례를 함께해 보는 것도 뜻깊다.



고풍스러운 성당과 함께하는 벚꽃


흐드러지게 핀 연분홍빛 벚꽃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고풍스러운 건물과 함께라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특히 100년 안팎의 역사를 간직한 고딕양식 성당과 함께하는 벚꽃 풍경은 고즈넉한 정취를 더한다.


이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곳이 대전교구 아산 공세리성당이다. 공세리성당은 순례자는 물론 비신자들에게도 벚꽃 명소로 잘 알려져 있다. 하느님의 종 박의서(사바)·박원서(마르코)·박익서의 묘소가 있던 자리이며, 1922년 지어진 벽돌조 고딕 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유명하다. 사시사철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지지만,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에는 평소보다 방문객이 10배 이상 늘어난다.


청주교구 음성 감곡성당, 바로 감곡매괴성모순례지도 1904년에 세워진 고즈넉한 성당과 벚꽃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성당으로 들어서는 길목 좌우로 벚나무가 자리하고 있어 벚꽃 길을 지나 성당을 만나게 된다. 유서 깊은 교우촌에서 이어온 성당에는 6·25전쟁 당시 인민군에게 총탄을 맞은 성모상도 자리하고 있다. 2006년 ‘매괴 성모 순례지’로 선포돼 성모순례지로 사랑받고 있다.


충남 공주 지역 최초의 성당인 대전교구 공주중동성당은 성당 내에 벚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주의 벚꽃 ‘포토 스팟’으로 유명하다. 고딕식 종탑과 붉은 벽돌의 라틴십자가형 성당이 인상적이다. 성당은 건너편 충청남도 역사박물관을 에워싼 벚꽃들과 함께 촬영할 수 있어 분위기 있는 사진을 찍기 좋다. 야간에는 조명 연출도 하고 있어 낮과는 다른 멋을 즐길 수 있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부산교구 울산 언양성당도 벚꽃이 아름다운 성당이다. 1936년에 세워진 석조 고딕양식 성당 주변의 큰 벚나무들이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언양성당에서는 가경자 최양업(토마스) 신부의 은신처였던 죽림굴과 살티공소 등을 함께 순례할 수 있다.




김대건 신부와 함께


성 김대건(안드레아) 신부를 기억하는 여러 성지에서도 봄이면 벚꽃을 만날 수 있다.


대전교구 솔뫼성지 김대건 신부 생가 마당에는 벚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솔뫼는 김대건 신부가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곳으로,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한옥으로 복원된 생가와 어우러져 한층 더 고즈넉한 봄 풍경을 만든다.


전주교구 나바위성지에서도 벚꽃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1845년 사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가 페레올 주교, 다블뤼 신부와 함께 라파엘호를 타고 조선 내륙에 첫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하는 성지다. 성당에서 이 라파엘호를 재현해 놓은 곳까지 향하는 길목 곳곳에서 벚꽃을 만날 수 있다.


김대건 신부가 세례받은 곳이자 사제로서 사목하던 수원교구 은이성지도 숨은 벚꽃 명소다. 은이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김가항성당’을 복원해 김대건 신부의 유년 시절과 사제서품, 사목활동을 모두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성당 맞은편에 산길을 따라 조성된 십자가의 길 주변에 벚나무가 있어 꽃길을 걸으며 기도를 바칠 수 있다.



■ 왕벚나무와 에밀 타케 신부
벚꽃(벚나무)은 한국교회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흔히 벚꽃은 일본의 꽃이라고 생각하지만, 왕벚나무(천연기념물 제156호)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던 토종 나무다. 이 왕벚나무를 우리나라 식물로 세상에 처음 소개한 인물이 파리외방전교회 에밀 타케(한국명 엄택기, 1873~1952) 신부다. 1898년 입국한 타케 신부는 경상·전라·제주 등지에서 55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다. 특히 제주에서 사목하는 동안 제주 식물 표본을 만들어 전 세계에 알렸는데, 그 수가 1만여 점에 달한다. 타케 신부는 표본 채집을 통한 수익을 선교 자금으로 활용했다. 그중 대표적인 업적이 1908년 채집한 왕벚나무다. 타케 신부는 한라산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발견해 표본을 만들고 일본의 포리 신부에게 보내 세계 학계에 알렸다. 이 표본은 현재 에든버러왕립식물원에 보관돼 있다. 포리 신부는 왕벚나무 표본에 대한 답례로 온주 밀감 14그루를 보냈는데, 이것이 오늘날 제주 감귤 재배의 시작이다. 타케 신부는 오늘날 크리스마스트리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제주 구상나무를 처음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대구대교구청에 자리하며 100여 년 동안 꽃을 피워온 벚나무 역시 타케 신부가 심은 제주 왕벚나무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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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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