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주일, 즉 일요일은 휴일입니다. 그 유래를 물으면 많은 분이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이렛날 쉬셨기 때문”이라고 답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이렛날’을 기억하는 날, 안식일은 일요일이 아니라 토요일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십계명의 세 번째 계명은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십계명에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켜라”(탈출 20,8)라고 나옵니다. 성경은 ‘안식일’을 지키라 했는데, 왜 우리는 ‘주일’을 지키고 있을까요?
안식일은 하느님을 찬미하는 날이고, 하느님의 창조 사업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그리고 안식일이 제정된 이유는 또 있습니다. 성경은 “너는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였고, 주 너의 하느님이 강한 손과 뻗은 팔로 너를 그곳에서 이끌어 내었음을 기억하여라. 그 때문에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안식일을 지키라고 명령하는 것이다”(신명 5,15)라고 알려줍니다. 안식일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심’을 기리는 거룩한 날이라는 것입니다.
‘파스카’를 떠올리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스스로 ‘하느님의 어린양’으로서 희생제물이 되시어 성체성사로 파스카를 완성하신 것처럼, 안식일도 예수님을 통해 완성된 것입니다.
사실 안식일은 예수님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공격하는 빌미였습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기적이나 제자들의 활동이 안식일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마르 2,27)라고 가르치시면서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안식일의 주인’이심을 천명하셨습니다.
성경은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께서 부활로 죽음을 이기시고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신 이 사건이 “안식일이 지나고 주간 첫날이 밝아 올 무렵”(마태 28,1) 일어났다고 기록합니다. 교회는 “안식일 다음 날인 ‘여덟째 날’로서 이날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더불어 시작된 새로운 창조를 가리킨다”면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날이 모든 날 중의 첫째 날, 모든 축일 중의 첫째 축일, 주님의 날, 주일이 됐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174항)
안식일이 예수님의 부활로 시작된 새로운 창조를 상기시키는 주일로 대치된 것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부터 신자들은 안식일이 아닌 주일을 거룩하게 지켜왔습니다. 십계명의 안식일이 주일로 바뀐 것은 이 때문입니다.
초대교회의 교부인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는 “옛 질서에 따라 살던 사람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게 됐으니, 이제는 더 이상 안식일을 지키지 않고 주일을 지키며 살아간다”며 “주님과 그분의 죽음으로 이날에 우리의 생명은 솟아나게 됐다”고 전합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주님의 날입니다. 이 새로운 창조의 날, 여러분은 어떻게 새로 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