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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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특집] 달걀 대신 ‘부활떡’…생명 살리는 ‘녹색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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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은 죽음을 넘어 생명으로 나아가는 희망을 전한다. 껍데기를 깨고 새 생명이 태어나는 모습이 부활을 상징하는 의미로 전해지면서, 교회는 오래전부터 주님 부활 대축일에 달걀을 나누며 부활의 기쁨을 함께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달걀 생산 방식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활 대축일의 기쁨을 나누는 방식 역시 생명 존중의 관점에서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일부 본당에서는 달걀 대신 떡을 나누거나 주보로 달걀을 포장하는 등 환경과 생명을 함께 생각하는 방식으로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고 있다.


 

부활의 상징 ‘달걀’, 생산 방식까지 돌아봐야 할 때

 

 

달걀의 겉면을 화려하게 꾸며 부활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은 교회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소비하는 달걀의 대부분은 과거처럼 자연 속에서 자란 닭이 아니라, 마리당 약 0.05㎡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닭이 낳은 것이다.

 

 

특히 대량 생산을 위해 고밀도 사육이 이뤄지는 ‘공장식 사육’ 방식은 동물복지 측면에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신앙 안에서 생명 존중의 가치를 실천해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나눔을 넘어 그 생산 과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 임현호(도미니코) 신부는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라는 말씀처럼, 기쁨과 생명을 기념하는 주님 부활 대축일에 우리가 욕심과 무관심으로 아파하는 피조물을 돌아보지 못했다”며 “앞으로 더욱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3월 25일 산란계의 마리당 케이지 사육 면적 확대를 위한 농가 지원 방안을 밝히며, 사육 밀도 개선과 동물복지 향상을 통해 지속가능한 축산으로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러한 정책적 움직임은 교회 안에서도 생태적 책임과 연결된 고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우리 본당은 이렇게 부활 맞이해요

 

 

달걀 대신 통밀빵이나 떡 등으로 부활의 기쁨을 함께하는 본당이 있다. 수원교구 성남 분당성마태오본당(주임 최중혁 마티아 신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년 주님 부활 대축일마다 전 신자에게 떡을 전하고 있다.

 

 

본당은 달걀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좁은 케이지에서 사육된 닭이 동물 학대와 맞닿아 있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고 달걀을 대신해 달걀 모양의 백설기 떡을 제작했다.

 

 

본당 여성소공동체위원회 강수경(헬레나) 위원장은 “대축일에 부활 달걀을 나누는 모습이 과연 동물복지와 생명 존중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먹지 않고 버려지는 달걀도 적지 않은 만큼, 다른 본당에도 떡을 나누는 방식을 권하고 싶다”고 전했다.

 

 

부활 달걀 포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교구 명일동본당(주임 조정환 라파엘 신부)은 하늘땅물벗 ‘푸른길벗’ 유영미(글라라) 회장의 제안으로 올해부터 주보를 활용해 달걀을 포장했다.

 

 

유 회장은 “부활의 상징으로 달걀을 떠올리는 신자들이 많아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며 “대신 불필요한 포장지를 줄이고 주보를 활용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교구 구파발본당(주임 차동욱 시몬 신부) 역시 올해 부활을 맞아, 주보를 접어 달걀 포장을 하기로 했다. 본당은 전 신자에게 집에 모아둔 주보를 가져오도록 안내해 수거했으며, 일부 신자들은 달걀을 담을 수 있는 봉투 형태로 직접 접어 전달하는 등 공동체가 함께 환경을 생각하는 부활을 준비했다.

 

 

한편 대전교구 당진 순성본당(주임 조중원 다니엘 신부)은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달걀을 사용해 유통 거리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낮추는 데 힘을 보탰다. 지역 생산품을 이웃과 나누며, 장거리 운송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줄이려는 환경을 생각한 실천이다. 본당은 또 일회용 포장재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천연 소재 ‘지끈’을 활용해 달걀 바구니를 만들었다. 본당 차원에서 환경을 고려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지만, 주님 부활 대축일 준비 과정에 이를 접목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조중원 신부는 “우리 곁의 피조물을 돌보는 작은 실천이 곧 부활의 참 의미를 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거창한 계획보다 달걀 포장 하나부터 자연 친화적으로 바꾸는 시도가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살리는 구체적인 신앙의 실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주님 부활 대축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명과 환경을 함께 생각하려는 움직임이 교회 안에서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 달걀을 나누는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생산 과정과 환경을 고려하려는 시도는, 부활의 기쁨을 생명 존중의 실천으로 이어가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변경미 기자 bgm@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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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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