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일출이나 일몰 사진을 많이 찍어 왔다. 일출, 일몰의 모습은 사진이 찍히는 순간에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형상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떠오르는 태양은 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감동을 안겨 준다.
우리나라의 일출 명소는 대부분 동해안에 몰려 있어 촬영 위치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시간과 예산 문제가 생기고 무엇보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러던 중 설레는 꿈을 안고 12월의 어느 날 청량리역에서 열차로 일출 명소로 알려진 강릉 정동진으로 떠났다. 촬영 장소인 현지에 가서 사전 점검을 하고 정해둔 숙소로 돌아와 밤에 잠을 자면서도 다음 날 일출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이불속에서 손목시계의 시, 분침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드디어 새벽 6시가 넘고 있다. 오늘의 일출 시각은 아침 7시30분경이다. 서둘러 일어나 삼각대 등 카메라 가방을 챙겨 메고 모두 잠든 어두운 마을을 벗어나 예정된 해변의 촬영 장소로 나갔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수평선 너머로 카메라를 맞추고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캄캄하고 넓은 모래 해변에 혼자 서 있으려니 적막감이 밀려왔다. 사진사들로 붐빌 시간인데 오늘은 왜 한 사람도 없는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며 손전등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2시가 조금 지나고 있다. 아니, 이럴 수가? 일출까지는 아직 5시간이나 남았다.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숙소로 되돌아와 잠깐 눈을 붙이고 아침 6시경에 일어나 다시 바닷가로 나갔다. 촬영 준비를 마치고 수평선을 바라보며 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정동진역으로 들어오는 열차에서 해맞이 관광객들이 쏟아져 내려와 해변에 사람의 병풍이 쳐졌다. 이윽고 동녘 바다 멀리서부터 밝아오면서 신비스러운 여명의 아름다운 하늘이 열린다. 억겁의 세월 동안 이어져 온 창조주 하느님의 위대하신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하늘은 점점 붉어지고 태양은 초 단위로 떠오른다. 무아지경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른다. 지구 곳곳에서 카메라의 셔터 소리가 가장 많이 울리는 순간이다. 카메라 파인더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숨이 차다. 잠깐 사이에 둥근 해가 떠올랐다.
그런데 그토록 염원해 오던 놀라운 오메가 현상이 나타난 게 아닌가! 심장이 쾅쾅 뛴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태양의 뒤에서 근엄하신 창조주 하느님의 모습이 보인다. 위대한 조물주 하느님께서 당신이 손수 지으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빛, 그 가운데 지으신 천지간의 만물을 굽어보신다.
“빛을 받아라! 생명을 받아라!”

글 _ 김영덕 요한 세례자(수원교구 사진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