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성주간과 주님 부활 대축일을 맞아 거룩한 전례를 거행하며 죽음과 악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부활을 한 마음으로 경축했다. 동시에 교회는 부활의 기쁨이 성당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소외되고 상처 입은 이웃들에게도 전해지도록 거리와 삶의 현장으로 나아갔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권력자나 강한 이들이 아니라 눈물 흘리던 이들과 약한 이들에게 먼저 나타나셨듯,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곁에서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와 노동사목위원회 등 5개 단체는 4월 5일 서울역에서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 촉구를 위한 주님부활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에는 빈민사목위원장 오주열(안드레아) 신부,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박상훈(알렉산데르) 신부를 비롯해 동자동 사랑방 주민과 사제·수도자·활동가 등 100여 명이 참례했다. 이들은 공공주택 사업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주민들을 위로하며, 부활의 기쁨이 동자동 쪽방촌에도 깃들기를 기도했다.
박상훈 신부는 강론에서 “부활 신앙은 곧 다른 사람을 돌보라는 초대”라며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삶의 새로움이 허망한 것으로 남지 않게 하려면, 다른 형제자매들이 머물 ‘지붕’을 염려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려는 우리의 태도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자동 쪽방촌은 2021년 국토교통부에 의해 공공주택 사업지구로 선정됐으나, 주택 소유주들이 민간 재개발을 요구하며 갈등이 빚어져 5년째 재개발이 멈춰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사업이 중단되면서 5년 새 150명이 넘는 주민이 비좁은 단칸방에서 열악한 환경과 씨름하다 세상을 떠났다.
동자동 사랑방 대표 차재설 씨는 “씻는 것마저 불편한 공간에서 재개발이라는 ‘봄’을 기다리며 살던 한 할아버지가 ‘나도 살아생전 평온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라고 한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 서울대교구 총대리 구요비(욥) 주교는 4월 5일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장애영유아 거주시설 ‘디딤자리’에서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고, 시설에 선물을 전달했다.
구 주교는 이날 “디딤자리 어린이들의 영혼에는 사랑을 향한 의지가 담겨 있다”며 “디딤자리가 아이들이 사랑 안에서 애벌레에서 찬란한 나비로 자라나 희망을 전할 수 있도록 돕는 하느님의 집이 되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교회가 지닌 교육·의료 시설 등을 바탕으로 장애 아동의 전인적 구원을 돕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2005년 개원한 디딤자리는 장애로 인해 가정 내 보호가 어렵거나 입양이 보류된 만 0~6세의 장애 영유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가정공동체 형식의 소규모 거주시설이다.
현재 디딤자리는 전원해야 하는 아이들이 자립생활을 경험하고 훈련할 수 있는 ‘체험홈’ 마련이 과제로 남아 있다. 만 12세까지의 아동도 수용할 수 있지만, 공간이 부족하고 건물 증축도 어려워 외부 공간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디딤자리는 이를 위한 도움의 손길과 함께, 입소가 필요한 장애 영유아를 기다리고 있다.
※ 후원계좌 국민 487101-01-246065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디딤자리
※ 문의 02-987-6009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디딤자리
◎ 수원교구장 이용훈(마티아) 주교는 4월 5일 수원시 이목동에 자리한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바다의 별’을 찾아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마리아의 아들 수도회가 2003년 문을 연 바다의 별에는 현재 공동생활가정 몬띠의 집, 마르따의 집, 바르나바의 집 등에서 50여 명의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다.
이용훈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장애를 지닌 분들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존중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수도회는 물론이고 이용자 가족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관심을 갖고 시작된 이곳은 하느님의 사랑이 가장 아름답고 눈부시게 빛나는 공동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바다의 별을 이용하는 분들과 봉사자, 직원 모두는 주님으로부터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고 이미 충분히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며 “부활하신 예수님의 평화와 기쁨이 여러분 모두의 삶 안에 따뜻하게 머물길 빈다”고 전했다.
◎ 제주교구는 주님 수난 성금요일인 4월 3일 제주시 한림읍 성 이시돌 새미 은총의 동산 야외 십자가의 길에서 ‘4·3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봉헌했다.
교구는 올해 성금요일이 ‘제78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일’과 겹침에 따라 “나를 위해 울지 마라”(루카 23,28)를 이번 행사의 주제 성구로 정하고, 4·3이 단지 아픔과 슬픔에 머무는 기억이 아니라 희망과 생명으로 나아가야 할 여정임을 묵상하며 십자가의 길을 봉헌했다.
14처 기도를 마친 후 신자들은 새미소 대형 십자가 아래 모여 물과 피를 상징하는 대형 천을 들고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봉헌했다.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성체 강복을 하며 십자가의 길을 마무리했다.
앞서 교구는 4월 2일 서귀포시 강정천에서 교구장 문창우(비오) 주교 주례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했다. 문 주교는 강론에서 “갈등과 힘의 논리로 갈라진 공동체를 치유하는 길은 예수님처럼 서로의 발을 씻어 주고 보듬는 사랑, 빵을 나누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을 선택하고 평화를 이루는 삶이 교회가 걸어가야 할 생명과 평화의 순례라고 전했다. 미사 중에는 발씻김 예식도 열렸다.
마산교구장 이성효(리노) 주교도 4월 2일 경남 함안의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로사의 집’을 찾아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하고, 시설 생활자들의 발을 씻어 주며 주님 만찬의 의미를 되새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