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에 관한 이야기는 아브라함, 이사악, 야곱에 관한 이야기 못지않게 섬세하게 펼쳐집니다.(창세 37장, 39~50장 참조)
요셉은 어느 날 자신의 꿈 이야기를 형제들에게 들려줍니다. “우리가 밭 한가운데에서 곡식 단을 묶고 있었어요. 그런데 내 곡식 단이 일어나 우뚝 서고, 형들의 곡식 단들은 빙 둘러서서 내 곡식 단에게 큰절을 하였답니다.”(창세 37,7)
이 꿈 이야기를 계기로 요셉은 형들로부터 더욱 미움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형들은 그의 꿈과 그가 한 말 때문에 그를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창세 37,8)
요셉은 또 다른 꿈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내가 또 꿈을 꾸었는데, 해와 달과 별 열한 개가 나에게 큰절을 하더군요.”(창세 37,9)
그럼에도 아버지 야곱은 요셉을 힘껏 보살펴줍니다. “형들은 그를 시기하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이 일을 마음에 간직하였다.”(창세 37,11) 고대 근동 지방 사람들은 흔히 신이 꿈을 통하여 자신의 계획을 계시해 준다고 믿었습니다.
결국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어 이집트로 팔려 간 요셉은 파라오의 경호대장 포티파르에게 넘겨져 그의 종으로 지내게 됩니다. “몸매와 모습이 아름다웠다”(창세 39,6)는 요셉은 경호대장 아내의 유혹을 거절하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힙니다.(창세 39,7-23 참조) 쓰라린 운명의 연속입니다.
그럼에도 요셉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구원의 때를 기다리는 가운데, 중요한 때마다 꿈풀이를 잘한 덕분에 이집트 왕국의 전 재산을 관리하는 재상직에까지 오르는 축복을 얻습니다. 이로써 요셉은 파라오 다음가는 제2인자가 된 것입니다.
요셉은, 가나안 지방에 기근이 심하여 양식을 구하러 이집트로 구걸을 온 자기 형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힙니다. “내가 … 형님들이 이집트로 팔아넘긴 그 아우입니다.”(창세 45,4) 이어서 그 모든 불행과 고통스럽고 어두운 일은 주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염려하지 말라며 형제들을 안심시킵니다. “이제는 저를 이곳으로 팔아넘겼다고 해서 괴로워하지도, 자신에게 화를 내지도 마십시오. 우리 목숨을 살리시려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이집트로) 보내신 것입니다.”(창세 45,5)
요셉은 영원하신 분의 섭리를 짧고 명료하게 요약해 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온 가족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여러분보다 앞서 이집트로 ‘보내셨다’고요. 이는 구세사적인 해석입니다.
아브라함으로부터 이사악, 야곱 그리고 요셉에 이르는 이 모든 이스라엘 선조 이야기가 모두 역사적 사실의 보도라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주관하시는 구원 역사를 신학적 관점에서 요약하여 정리한 설화 문학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곧 그분께서 이끄시고 이루시는 인류 구원 역사에 대한 신앙 고백문으로 보면 이해가 쉽겠습니다.
낯선 땅 이집트로 팔려 가 살던 요셉은 형제들을 만나자, 마음속으로 겪던 억울함과 서글픔과 그리움으로 한꺼번에 참아오던 울음을 터트립니다. “요셉은 … 서둘러 안방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울었다.”(창세 43,30) 그때까지 요셉이 지녔던 든든한 무기는 주님께 대한 끊임없는 신뢰와 변함없는 믿음이 아니었을까요?
글 _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성서주석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