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신자는 세례를 통해 예수님의 죽음에 일치해 그분과 함께 묻혔다가 함께 부활합니다. 그리고 이 부활의 삶의 정점이 성찬례, 곧 성체성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교회는 주로 주님 부활을 기념하는 파스카 성야에 세례성사를 거행해 왔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의 경우 세례를 받았더라도 10세 무렵 첫영성체를 하기 전까지는 성체를 모실 수 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그리스도의 신비를 제 능력대로 이해하고 주의 몸을 신앙과 신심으로 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인식과 정성된 준비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교회법」 제913조 1) 신앙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만큼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유아세례를 받고 주일학교를 꾸준히 다니면 자연스럽게 첫영성체도 받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주일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성인이 된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이 다시 성당에 오셔서 미사에 참례하셨다면 성체를 모실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별도의 준비와 예식 없이는 성체를 모실 수 없습니다.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는데, 성찬에 참여할 수 없다니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유아세례는 온전한 세례가 아니라는 걸까요?
당연하게도 유아세례는 온전한 세례입니다. 비슷한 경우가 있는데요. 죽을 위험에 처한 분이 대세(代洗)를 받은 후 회복돼 신앙생활을 하게 됐거나, 다른 그리스도교에서 적법한 방식으로 세례를 받고 가톨릭교회로 온 경우입니다. 모두 온전한 세례지만, 곧바로 성체를 모실 수는 없습니다.
이분들은 예비 신자들처럼 일정 기간 교리 교육을 받으며, 신자 공동체와 친교를 나누고, 전례에 참여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첫 고해성사를 하고, 대세를 받은 분의 경우 보충 예식(보례)을, 다른 그리스도교의 경우 일치 예식을 하면 성체를 모실 수 있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유아 세례만 받은 어른들도 이 기간이 필요한데요. 교회는 이를 “정화와 조명의 기간”이라고 말합니다.(「어른 입교 예식」 21항) 옛 인간을 벗어 버리고 회개하는 ‘정화’와 신앙의 빛을 받아 그리스도 안에서 새 인간이 되는 ‘조명’을 위해 필요한 과정입니다. 이를 통해 성체를 모실 준비를 하게 되는 것입니다.
비단 첫영성체에만 ‘정화와 조명’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교회는 성체성사라는 “이 초대에 응하기 위해서, 이 위대하고도 거룩한 순간을 위해 우리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85항) 바오로 사도도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된다”면서 “그러니 각 사람은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서 이 빵을 먹고 이 잔을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1코린 27-28 참조)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성체 앞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한 번쯤 돌아보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