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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특집]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오선지에 불가능 대신 희망의 음표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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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 하나밖에 없는 거예요.”

 

 

장애인청소년합창단 에반젤리 단원 박소영(26) 씨에게 에반젤리는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다. 서로 눈을 맞추고, 상대의 소리를 들으며, 한 방향을 바라보고 만들어내는 목소리. 발달장애인에게는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에반젤리 단원들은 현실로 이뤄냈다. 세상의 편견을 견디며 하루하루 조금씩 자라난 발달장애인들의 화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오랫동안 함께 만들어낸 값진 노래

 

 

4월 8일 경기도 과천시민회관 에반젤리 연습실. 오후 6시가 되자 단원들이 하나둘 연습실로 들어섰다. 10대부터 3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이뤄진 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직장 일을 마친 뒤 매주 수요일 저녁 이곳에 모인다. 학업과 업무로 지칠 법도 했지만, 피아노 반주가 흐르고 지휘자가 손을 들자 24명의 단원은 흐트러짐 없이 한곳에 시선을 모았다.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이 포함되는 발달장애는 눈 맞춤이나 호명에 대한 반응이 약하고, 오랜 시간 집중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지휘자의 눈을 바라보며 신호에 맞춰 집중을 이어가고, 다른 이의 소리를 들으며 호흡을 맞춰 노래하는 합창은 발달장애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이 부분에서는 소리를 줄였다가 점점 키우는 거예요. 옆 사람 소리를 들으면서 목소리가 튀지 않게 불러봐요.”

 

 

새로운 노래를 처음 배우는 날. 지휘자의 지시에 단원들은 정신을 집중해 한 구절씩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소리가 작아졌다 커지기도 하고 발음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한 구절을 부르는 데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한창 연습 중에 남자 파트에서 다소 도드라진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휘자가 “다른 사람과 소리가 잘 어울리도록 소리를 줄여서 불러 보세요”라고 조언하자, 곧바로 음량을 낮춰 다시 불렀다. 노래가 절정에 이르자 신이 난 한 단원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칫 흐름이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다른 단원들은 끝까지 지휘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세 시간의 연습 끝에 한 곡이 완성됐다. 일반 합창단처럼 화려한 화성을 쌓는 일은 아직 쉽지 않지만, 에반젤리의 한 곡은 여느 합창단 못지않은 땀과 인내 속에서 탄생한다.

 

 

단원들은 노래할 때 “행복하고 편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지원(다니엘·28·수원교구 제1대리구 신봉동본당) 씨는 “에반젤리에서 많은 친구를 만나 여러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며 “함께 노래를 부르며 목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질 때 가장 즐겁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과 그 부모들, 교사들, 봉사자들까지 수많은 이가 오랜 시간 함께해 왔기에 에반젤리의 노래는 어떤 유명 가수의 무대보다도 값지다.


 

 

발달장애인의 합창, 희망을 전하다 

 

 

“발달장애인 합창단이 없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2003년 발달장애인 어린이들로 구성된 에반젤리 창단을 준비했을 때, 주변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장애로 드러나는 특성이 제각각이어서 여러 명이 호흡을 맞춰 한목소리를 내는 일은 사실상 어렵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창진 신부(요한 보스코·제2대리구 석수동본당 주임)는 발달장애인의 가능성을 믿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만든 희망의 소리를 세상에 전하고자 2003년 에반젤리를 창단했다. 합창단 이름은 ‘좋은 소식’, ‘복음’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따왔다.

 

 

창단 멤버인 신혜정(소피아) 국장은 “일반 아이들이 학원에 가는 시간에 발달장애인 아이들도 취미를 갖고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 10~15세 발달장애인 어린이 합창단으로 출발했다”며 “그 아이들이 청소년과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 노래하고 싶어 했고, 에반젤리를 너무 좋아해 2013년 장애인청소년합창단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래 한 곡을 합창으로 완성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몇 달간 연습하면 한 곡을 익힐 만큼 성장했다.

 

 

박수련 지휘자는 “발달장애인은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에반젤리를 지휘하며 꾸준히 연습하면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다”며 “연습실 불을 끄고 돌아다니느라 집중하지 못하거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합창이 어려울 것 같던 아이들도 이제는 세 시간 동안 제 지시에 맞춰 집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완성한 노래가 누군가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성취감은 발달장애인 청소년들을 한층 더 자라게 했다.

 

 

신 국장은 “한 친구가 공연이 끝나고 나서 ‘선생님, 사람들이 우리가 노래를 부르면 손뼉을 치면서 다 울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라며 “본인들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공연을 통해 경험하면서 더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에반젤리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모여 있을 뿐 아니라 장애 유형도 폭넓다. 그만큼 더 넓은 사회적 관계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단원의 어머니 박우정(헬레나) 씨는 “복지관에서는 주로 두세 명씩 비슷한 장애 유형의 아이들이 만나지만, 이곳은 서로 다른 아이들이 함께하기 때문에 부모가 가르쳐줄 수 없는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은 청년이 된 뒤에도 사회생활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에반젤리는 선후배 관계를 배우고 여러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법을 익힐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후원 계좌 국민 231401-04-046850 사단법인 마음은행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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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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