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 ‘혼배(婚配)’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자주 사용하고 한자이다 보니 일반적인 용어처럼 느껴지는데요. 사실 이 말이 교회에서만 사용하는 말이라는 것, 알고 계시나요?
아시는 것처럼 혼배는 ‘혼인’을 뜻합니다. 물론 조선시대나 옛 중국 문헌 등에 ‘혼배’가 등장하긴 하지만,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혼배’라는 단어는 주로 신자들이 사용합니다. 여러 국어사전을 살펴봐도 ‘혼배’는 가톨릭 용어로 분류됩니다. 현재 전례나 교회 문헌에서는 혼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만, 신자들의 일상에서는 여전히 혼배미사, 혼배성사, 혼배공시 등으로 자주 쓰입니다.
혼배는 신앙 선조들이 사용한 교리서 「성교요리문답」에서 온 표현입니다. 혼인, 결혼이라는 널리 사용되는 표현이 있는데, 왜 혼배를 썼을까요. ‘혼(婚)’은 혼인을 뜻할 테니, ‘배(配)’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성교요리문답」은 혼배의 특성을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배합(配合)인 것과 또한 부부가 서로 갈리지 못함”이라고 말합니다. 배합, 즉 남자와 여자가 ‘둘이 아니라 한 몸’이라는 혼인의 단일성과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는 혼인의 불가해소성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교회 안에서 혼배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혼인성사를 말합니다. 그런데 흔히 신자와 비신자의 혼인, 관면혼을 ‘관면혼배’라고도 부르는데요. 관면혼은 성사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 신자들의 혼인은 성사로 이뤄져야 하지만, 교회법의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관면해 비신자와 혼인하도록 해주는 것이 관면혼입니다.
관면혼은 성사가 아니니 의미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혼인의 제정자’가 바로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사목헌장」 48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혼인성사는 ‘한 처음에’ 창조주가 제정하신 부부 계약 자체의 성사”라고 강조하십니다.(「가정공동체」 68항 참조) 그러니 비록 성사는 아니지만 혼인이 지닌 의미는 같습니다.
그리고 혼인성사는 이를 완성해 줍니다. 교회는 “인간의 구원자이신 교회의 신랑께서 혼인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인 부부를 만나러 오신다”고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교회를 위해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그렇게 부부도 서로 자신을 내어주며 영원한 신의로 서로 사랑하도록 도와주신다”는 것이지요.(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 48항 참조) “성사의 은총은 부부의 인간적 사랑을 완성하고 해소할 수 없는 그들의 결합을 굳건하게 하며, 영원한 생명의 길에서 그들을 성화”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661항)
혼인의 사랑은 배우자에게 나의 몸과 마음을 비롯한 모든 것을 온전히 다 내어주는 특별한 사랑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이미 배우자에게 다 내어줬기에 ‘한 몸’이 되고, 갈라놓을 수 없는 것이지요. 예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사랑이 그 모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