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나눔을 통해 노숙인에게 사랑을 전해오던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가 노숙인들이 마음 편히 식사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광주역 인근에 자리한 ‘오병이어 밥집’이다. 이름 그대로, 작은 나눔이 큰 기적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섯 개의 보리빵과 물고기 두 마리만으로 5000명을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처럼, 이곳 역시 작은 손길들이 모여 우리 시대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고 있다. 4월 7일, 오병이어 밥집 축복식에서 만난 이들은 이름이 담은 의미를 함께 되새기며, 이곳이 단순한 식사를 넘어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공간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었다.
“든든한 한 끼 이거 참말로 좋당께요. 예전에는 식은밥, 도시락으로 받으면 너무 딱딱해져 부러서 먹지도 못 혀. 우리 같은 사람들은 이빨도 안 좋아서 먹다가 부러져불고 그라제. 지금은 갓 지은 밥 한 끼로 먹으면 참말로 좋제잉.”
노숙인 장재용(가명·안드레아) 씨가 봉사자들이 갓 만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이하 사회복지회)는 지난 10여 년간 광주천, 광주역, 충장로 등에서 노숙인들에게 도움을 주며 사랑을 나눠왔다. 2020년부터는 호남동성당 뒤편 비닐하우스에서 도시락을 제공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인해 도시락 전달 방식으로 바꾸게 됐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 문제와 이용자 간 갈등 등 여러 어려움도 있었다. 밥집 봉사자 김자혜(소피아) 씨는 “도시락을 받은 후 쓰레기를 아무 곳에나 버리고, 서로 싸우거나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노숙인들이 함께 식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에 이러한 사연을 전한 사회복지회는 2025년 9월 경제적 어려움에 놓인 사회복지 시설을 돕는 ‘사랑의 손길’ 사업에 선정돼 현 공간을 임대할 수 있었다.
밥집은 광주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역 주변 쪽방촌 주민들을 배려한 장소다. 사회복지회 채홍우(미카엘) 교육복지과 과장은 “10년 가까이 걸려 마련한 공간인 만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자혜 씨도 “따뜻한 음식을 바로 드릴 수 있어서 봉사자와 이용자 모두 마음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밥집은 후원과 자원봉사로 운영된다. 교구 내 본당 빈첸시오회와 레지오 마리애 단원, 나눔을 희망하는 신자 등 100여 명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봉사자들은 각자의 요일에 맞춰 셰프팀, 배식팀, 설거지팀 등으로 나뉘어 활동한다. 음식을 포장해 몸이 불편하거나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노숙인들을 찾아가는 ‘아웃리치’ 활동도 하고 있다.
셰프팀 이옥순(수산나) 씨는 “퇴직 후 봉사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짧은 시간만 나와도 부담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맛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성의껏 준비하고 있다”며 “최소한 이곳에서는 이용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하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마침 이날은 올해 2월 문을 연 밥집의 축복식이 열려 의미를 더했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 주례로 열린 행사에는 사회복지회 사제들과 직원, 30여 명의 봉사자와 11명의 노숙인이 함께했다. 축복식에 앞서 고영철(다니엘) 신협중앙회장은 옥 대주교와의 간담회 후 밥집에 사랑의 쌀 후원금 800만 원을 전달해 기쁨을 더했다.
옥 대주교는 “가진 것을 나누면 5000명이 다 먹고도 남았다는 말씀처럼 못 할 일이 없다”며 “이곳을 찾아오는 분들이 함께한다면 밥집은 부족하지 않고 풍요로운 기적이 일어나는 나눔의 공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하루 평균 40여 명의 노숙인이 밥집을 찾는다. 특히 한겨울에는 서울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광주로 내려오는 노숙인들이 많아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다.
사회복지회 회장 김재중(베드로) 신부는 “밥집에 더 많은 분이 와서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리고 이런 곳이 없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공존한다”며 “밥집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오길 바라면서도 지금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언제든 편안하고 따뜻한 쉼터가 되도록 정성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위한 밥집이 만들어져 매우 기쁘다”는 옥 대주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노숙인들. 이곳을 찾는 노숙인들은 서로 어디가 불편한지, 몇 시에 이곳에 방문하는지, 무엇이 고민인지 잘 안다. 오병이어 밥집은 단순히 그들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공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