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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가 던진 질문, 언제까지 인간만이 주인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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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는 금호강이 길러내는 안심습지, 달성습지와 함께 대구의 3대 습지 중 하나이다. 대구 수성구 고모동과 동구 방촌동 일대 금호강 변에 발달한 하천 습지인데, 3km 구간 안에 하식애(강이 깎은 절벽)를 포함한 산지, 초지, 습지, 강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생태 지형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멸종위기 2급인 수리부엉이와 수달, 삵, 담비, 얼룩새코미꾸리 등 25종이 넘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과 식물, 곤충 등 다양한 생명이 함께 살아가는 집이 되었다. 2025년 3월 한일 어류 연구자들도 팔현습지를 탐방하고, 도심을 관통하는 이런 습지는 매우 드문 귀한 생태적 공간이라 칭송했다.


지난해 초 우연히 기사를 통해 알게 된 팔현습지를 초여름에 찾아가 보았다. 마침 이곳이 본가와 지척이었는데 등잔 밑이 참 오래도 어두웠었다. 강촌 햇살교를 건너니 왼편에는 안타깝게도 수성 파크골프장이 습지의 절반을 이미 점령하고 있었다. 수많은 습지 생명이 강제 철거당했을 시절이 겹쳐 보였다. 오른편으로 들어서니 과연 기사에서 보았던 팔현습지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왕버들이 태곳적 기운을 뿜으며 강변에 무리 지어 있었고, 하식애는 갑옷 입은 장군처럼 서 있었다. 그 사이엔 꽤 넓은 초지도 펼쳐져 있었다. 순간 거룩함이 느껴져 모세처럼 신발을 벗어야 할 것만 같았다.(탈출 3,5 참조)


‘저 절벽이 2월에 새끼 세 마리를 낳은 수리부엉이 부부 ’팔이‘와 ’현이‘가 사는 집이라고 했는데…’ 하고 눈을 드니 실제로 수리부엉이 2마리가 절벽 중턱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첫 방문에 기대 이상의 환대를 받은 것 같았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니… 정말 잘 보존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일어났다. 팔현습지의 귀함을 일찍이 알아본 사람들의 호소도 간절한 기도처럼 안내판마다 적혀있었다. ‘낮에는 수리부엉이가 쉬는 시간이니 소음을 내지 않도록 할 것’, ‘10~11월엔 남생이의 짝짓기 기간이니 물가에 접근하지 말 것’ 등이다.


그런데 이곳에 304억 원을 들여 사람을 위한 1.5km 길이의 산책로와 길이 886m, 높이 8m 규모의 보도교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있어 3년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보도교가 수리부엉이 집 바로 앞으로 나게 된다는 것이다. “Oh, No!” 사실 팔현습지에는 이미 자연스럽고 다소곳한 산책로가 나 있다. 건너편 강변에도 인간을 위한 산책로가 너무나 잘 조성되어 있다. 자전거길, 맨발 걷기 길까지. 굳이 수리부엉이 집 앞에 배를 가르듯 보도교를 세운다면 인간의 무례와 욕심이 너무 크지 않은가! 선물 같은 팔현습지를 자연 그대로 존중해야 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3장에서 생태위기의 원인으로 강력한 기술 지배 패러다임과 과도한 인간중심주의를 깊이 성찰하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도 2025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에서 성경이 “피조물에 대한 인간의 횡포”(「찬미받으소서」 200항)를 정당화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였다.


사실 창세기만이 아니라 과학이 밝힌 지구 역사에서도 인간은 모든 창조세계에서 맨 마지막에 태어난 가장 어린 피조물이다. 먼저 창조된 선배 피조물들이 없다면 인간은 하루도 살 수 없다. 하느님은 새 한 마리, 나무 하나, 물고기를 위해서도 이 세상을 창조하셨다. 모두 이 땅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래서 생태 사상의 선구자인 토마스 베리도 저서들에서 ‘우주는 객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주체들의 친교’라 하였다. 하느님과 창조된 모든 것, 인간이 함께 사는 공동의 집 푸른 지구에서 언제까지 인간만이 주인공일 것인가?



글 _ 문점숙 마리루치아 수녀(노틀담 수녀회, 노틀담 생태영성의 집)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26-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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