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은 아주 어릴 적부터 올 수 있다고 합니다. 갓난아기도 오랜 질병이나 주변 환경 때문에 뒤척이거나 잠 못 이루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부모가 큰소리로 자주 다투면 입이 무거워지고 웃음이 차츰 엷어지다가 어느 순간부터 말수까지 줄고 아예 미소까지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다음은 자연히 우울감이 속마음을 짓누르게 되어, 생각도 판단도, 내·외적 성장이나 발육도 더디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게 됩니다.
실은 저 자신이 아주 오래전부터 불면증을 겪으며 지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우울증세가 스며듦을 느낍니다. 불면증을 뜻하는 라틴어 ‘인솜니아(insomnia)’는 본디 수면(睡眠)을 뜻하는 라틴어 ‘솜누스(somnus)’에서 유래합니다. 그 반대말로 접두사 ‘인(in-)’을 붙여서 불면증이 자연스레 ‘인솜니아(in-somnia)’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잠 못 이루다 보면 누구나 결국 우울한 마음에 갇혀 힘겹게 살아가기 일쑤입니다. 성경 안에서도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자주 만납니다.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Antiochos IV Epiphanes)가 겪은 불면증과 우울증은 성경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 예라고 봅니다. 죽음이 다가왔음을 직감한 안티오코스는 신하들과 자기 측근을 불러 놓고 이릅니다. “내 눈에서는 잠이 멀어지고(불면증) 마음은 근심으로 무너져 내렸다네(우울증).”(1마카 6,10) 우울증을 뜻하는 영어 ‘디프레션(depression)’도 본디 ‘짓누르다’를 뜻하는 라틴어 ‘데프리메레(deprimere)’에서 유래합니다.
안티오코스 4세는 기원전 175년부터 164년까지 12년 동안 셀레우코스 왕국을 다스린 임금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신격화해 ‘에피파네스(신으로 나타난 자)’라는 별칭을 붙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그의 부도덕함과 오만함을 보고서 ‘에피파네스’ 대신에, 뒤에서는 ‘에피마네스(Epimanes, 미쳐버린 자)’라고 부르며 비웃었다고 합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유다 민족을 멸망시키려던 그는 자신을 신격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곳곳에는 큰 슬픔이 일어 지도자들과 원로들은 탄식하고 처녀 총각들은 기운을 잃었으며 여인들의 아름다움은 사라져갔다. … 땅도 그 주민들 때문에 떨고 야곱의 온 집안은 수치로 뒤덮였다.”(1마카 1,25-28)
안티오코스는 이스라엘을 점령해 약탈하고 조공을 바치게 하면서 갖가지 방식으로 유다인들을 박해한(1마카 1,36 참조) 결과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마음과 영을 맑게 해주고 축복해 주는 음악과 그림 등이, 잠을 설치게 하는 침울함을 누그러뜨리는 데 상당히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영이 사울에게 내릴 때마다, 다윗은 비파를 손에 들고 탔다. 그러면 악령이 물러가고, 사울은 회복되어 편안해졌다.”(1사무 16,23)
말씀의 우물을 읽으시는 여러분 중에도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계실 터입니다. 그 고통을 외면하시지 않고, 오히려 여러분 안에서 함께 아파하고 계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며 잠시 숨이라도 돌리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글 _ 신교선 가브리엘 신부(인천교구 원로사목·성사전담, 성서주석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