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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빚은 신앙] 나에게 신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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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은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삶 속에서 서서히 스며들며 깊어져 온 여정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시아버지의 장례미사에서 느낀 성스러운 울림이었습니다. 처음 접한 천주교 장례미사의 엄숙함과 평화로움은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파문을 남겼고, 그 감동은 남편과 함께 비산동본당에 예비신자로 입교하고 세례를 받게 되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신앙의 시작이 곧 깊이를 의미하지는 않았습니다. 교사로서, 조각가로서 바쁘게 살아가던 일상에서 신앙은 주일미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나에게 전환점이 된 것은 1995년 성라자로마을 아론의 집에서 열린 ME 주말이었습니다. 2박3일 동안 이어진 그 시간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신앙이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깨닫게 해준 소중한 체험이었습니다. 이후 지역 부부들과의 지속적인 만남은 신앙을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게 했고,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탈리아 여행 또한 나의 신앙과 예술을 연결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신앙의 역사와 예술이 결합된 살아 있는 현장을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조각가의 눈으로 바라본 성당의 공간과 작품들은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신앙의 본질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메시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성당을 둘러보면서 예술이 곧 기도이며 신앙의 또 다른 표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곳곳에서 보고 느꼈던 신앙은 창작 활동을 통해 제 내면을 단단하게 채웠습니다. 1998년 수원가톨릭미술가회 창립전은 신앙을 작품 속에 담아내기 시작한 출발점이었습니다. 지도신부님, 동료 작가들과의 교류 속에서 신앙은 더 이상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지 않고, 예술을 통해 나누고 증거하는 힘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미술가회 활동은 신앙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축이 되었습니다.


쥴리아나 갤러리 박미현 대표와의 만남은 신앙과 예술이 어떻게 하나로 완성될 수 있는지 보여준 특별한 인연이었습니다. 해외 아트페어 기간에도 성당을 찾아 주일을 지키고, 성물을 정성껏 봉헌하는 대표님의 모습을 보면서 예술이 단순한 창작을 넘어 신앙의 실천이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충북 음성 꽃동네 성당의 돔 위 예수님상, 서울 대림동 살레시오회 수도원에 세워진 요한 보스코 성인상, 마리아 도메니카 마자렐로 성녀의 동상을 봉헌하는 과정을 옆에서 보아왔던 시간은, 나의 작업이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하는지 깊이 성찰하게 만든 소중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의 삶에서 신앙과 예술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서로를 비추며 나를 이끌어온 하나의 길이었습니다. 이 두 세계가 함께해 온 여정은 축복이며, 앞으로도 내가 걸어갈 길을 밝혀주는 가장 깊은 빛이 될 것입니다.



글 _ 이재옥 모데스타(수원가톨릭미술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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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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