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어디서부터 시작될 수 있을까. 연일 이어지는 전쟁 소식을 접하며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전쟁을 멈추고 평화로 나아갈 것을 거듭 호소하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총성이 멎지 않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째 이어지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간 충돌은 휴전 속에서도 계속된다. 교황이 순방 중인 아프리카 대륙 역시 내전의 상처를 안고 있다.
평화가 멀게 느껴지던 때, 서울대교구 위례성모승천본당과 거여동본당의 행사 현장을 찾았다. 모두 공동체의 화합을 위한 행사였다. 함께한 현장에는 공동체의 사랑이 현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평화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씨앗을 볼 수 있었다.
평화학의 창시자 요한 갈퉁(Johan Galtung)은 저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에서 평화를 전쟁이나 물리적 폭력이 없는 ‘소극적 평화’와 물리적 폭력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폭력도 없는 ‘적극적 평화’로 구분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평화는 국가 간 외교나 협상 이전에 일상적 관계 속에서부터 시작된다.
신앙생활에 있어 일상적 관계를 형성하는 곳이 바로 본당이다. 본당에서 시작해 교구, 지역교회, 보편교회 나아가 교회 밖의 존재에게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한다. 본당 공동체 내부의 화합이 점차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 다녀오고 회의를 거두기로 했다. 본당 공동체가 나누던 사랑이 마음에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리스도의 큰 사랑 안에서 빚어낸 작은 사랑이 갈퉁이 말한 적극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게 됐다. 이젠 낙담하기보단 평화가 도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택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