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성소의 위기는 이제 예고가 아닌 현실이다. 한국교회는 성소자 감소에 이어 새 사제 수 감소라는 더 직접적인 결과를 마주하고 있다. 2010년 1674명이던 교구·수도회 신학생은 2024년 899명으로 46.3 줄었다. 같은 기간 청년 인구 감소율 9.19, 청년 신자 감소율 23.4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이다. 교구 새 사제 수도 2014년 107명에서 2024년 72명으로 줄었다.
성소자 감소가 양성 과정의 위기라면, 새 사제 감소는 위기가 이미 현실로 드러났음을 보여준다. 단순한 인구 감소나 교회 안팎 세속주의의 만연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사제의 삶이 기쁘고 신뢰할 만한 길로 충분히 다가가지 못했다는 교회의 성찰이 따라야 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제63차 성소 주일 담화에서 성소가 기도와 침묵, 말씀과 성사, 공동체 안에서 자라나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교회가 물어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지원자를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젊은이들이 주님의 부르심을 들을 수 있는 자리, 사제의 삶이 참되고 보람된 길임을 체험할 수 있는 자리를 교회가 제대로 마련하고 있느냐는 물음이다.
답은 분명하다. 사제들은 삶으로 기쁨과 헌신을 증언해야 한다. 가정과 본당, 학교와 사목 현장은 젊은이들이 말씀과 기도, 봉사와 공동체 체험 안에서 부르심의 의미를 깨닫고 식별하도록 도와야 한다. 성소 계발을 성소국만의 과제로 남겨둘 수는 없다. 성소의 위기는 공동체 전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함께 이 과제를 풀어갈 때, 줄어드는 숫자 너머에서 성소의 불씨를 다시 살리고 교회의 미래를 새롭게 세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