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2대리구 중앙본당으로 교적을 옮기면서 새로운 신앙의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중앙성당은 1954년 목조 성당으로 시작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을 품고 성장해 온 신앙 공동체의 상징입니다.
김영섭(시몬) 건축가의 설계로 완성된 이 성당은 뒤러의 <기도하는 손>을 모티브로, 건물 전체에 가톨릭 신앙의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노출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현대적 구조 속에서도 따뜻한 영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성미술 작품들 덕분일 것입니다.
특히 제대 공간은 깊은 신학적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세 개의 십자가는 골고타 언덕의 좌도와 우도를 상징하며, 인간의 죄가 깊어질수록 더욱 강렬해지는 십자가의 의미를 구조와 빛의 대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단 위에 세워진 <부활 예수상>은 임송자(리타) 교수의 작품으로, 십자가 대신 부활의 영광을 드러냅니다.
이는 인간의 죄와 그리스도의 대속 그리고 부활의 기쁨을 함께 묵상하게 하는 상징적 표현입니다. 햇살이 비추는 주일 오전 미사 시간,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과 어우러진 제대의 모습은 신앙과 예술이 하나 되는 깊은 감동을 전해줍니다.
성당이 완성되어 가던 시기인 2002년, 본당에 문화분과가 신설되었습니다. 2002년부터 2004년 성당 봉헌까지의 시간 동안, 저는 성미술 제작 과정에 참여하며 예술과 신앙이 만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종상(요셉) 교수의 자문 아래, 본당은 깊은 고민과 기도를 통해 가톨릭 작가들에게 성미술 작품을 의뢰했습니다. 최종태(요셉) 교수의 성모상, 한진섭(요셉) 작가의 성수대 제작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작품이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기도의 결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작가들이 작품에 담아내는 신앙의 깊이는 제 자신의 기도와도 이어졌고, 그 시간은 제게 또 다른 영적 체험이 되었습니다.
특히 소성당 성미술 제작에 참여하게 된 것은 큰 축복이었습니다. 당시 본당 주임 정영식(바오로) 신부님은 기존의 십자가의 길 14처에 ‘부활’을 더한 15처를 제안하셨습니다. 이는 수난과 죽음에서 끝나지 않고, 부활로 완성되는 신앙의 여정을 드러내는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십자가의 길이 고통의 묵상에 머무르지 않고 희망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신앙의 길을 걷게 됨을 깨닫게 됩니다.
2010년까지 이어진 중앙성당에서의 시간은 예술과 신앙이 서로를 비추며 성장해 가는 여정이었습니다. 문화분과에서의 8년은 단순한 활동의 시간이 아니라, ‘예술로 빚어진 신앙’을 직접 보고 느낀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예술은 눈에 보이는 형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고, 더욱 깊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중앙성당에서의 경험은 제게 신앙이 단순한 교리가 아니라, 삶과 예술 속에서 끊임없이 빚어져 가는 살아 있는 여정임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그 시간을 떠올리면, 작품 하나하나에 담겨 있던 기도와 숨결이 마음 깊이 울려옵니다.
글 _ 이재옥 모데스타(수원가톨릭미술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