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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자조적 주거 공동체’, 반세기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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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경기도 시흥시 일대 철거민과 가난한 주민들의 터전에 자리 잡고 고락을 함께한 ‘복음자리’ 공동체가 50주년을 맞았다. 


사회복지법인 복음자리는 4월 24일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에서 50주년 기념대회 ‘공(共)Zone - 집·밥·평화, 주민의 힘으로 일구다’를 열고, 반세기 동안 지켜온 고유 가치를 되새기며 향후 비전을 나눴다. 


복음자리는 빈민 운동에 앞장섰던 고(故) 정일우 신부(요한 사도·예수회)와 고(故) 제정구(바오로) 의원이 1977년 공동 설립한 한국 최초의 자조적 주거 공동체인 ‘복음자리 마을’에 뿌리를 둔다. 1996년 10월에는 사회복지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신명자(베로니카)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스스로 희망을 찾고 공동체를 만들고 절차적 민주주의까지 익혀 나가던 주민들의 무한한 생명력을 기억한다”며 “눈비 맞고 비틀거리면서도 서로 손 꼭 잡고 함께 걸어온 세월, 그렇게 오늘날까지도 움틔워 온 또 다른 주민 협동·연대의 포도씨들처럼 향후 50년도 힘차게 걸어가자”고 전했다.


대회는 인천교구장 정신철(요한 세례자) 주교 주례 기념미사, 복음자리 공동체 운동을 학술적으로 고찰하는 기념 세미나, 주민과 참석자들이 식사와 함께 소통까지 하는 ‘함께 나누는 비빔밥 잔치’, 50년 역사를 담은 특별 전시 등으로 이어졌다. 


세미나에서는 복음자리 공동체를 중심으로 가난한 주민과 철거민들이 일궈낸 연대의 원형이 주민이 곧 주인이 되는 공동체적 해법으로서, 변화하는 시대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라는 데 공감대가 모였다.


제1발표에 나선 한신대학교 신명호 교수(모심과살림연구소 이사장)는 제정구 의원이 1987년 복음자리를 두고 “가난한 자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한 사업이 아니라 가난한 자들의… 인간성 자체를 함께 치유하고 성숙시키는 삶의 한 과정이었다”고 기록한 점을 언급하며, 복음자리가 단순 주거 지원 사업을 넘어 주민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하며 자기 삶의 주체로 성장해 간 공동체 운동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서로에게 서로를 개방한 친밀함 없이 공동체는 작동하지 않는데, 이것이 오늘날 사회적 경제에서 협동·연대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이유”라며 “이러한 배경에서 복음자리는 복제 가능한 사회복지 모델이 아니라, 공동체 건설의 밑바탕이 되는 구체적 연대 지평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제2발표를 맡은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원오 교수는 “지난 반세기가 강제 철거라는 외부적 위협에 맞선 ‘생존적 연대’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관계의 풍요’를 회복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어 복음자리가 축적해 온 주민 조직화의 경험을 현대적 돌봄 체계와 결합할 것을 제안하며 “주민이 서로를 돌보는 ‘상호 의존적 관계망’을 통해 복음자리만의 공동체 모델을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음자리는 단순 시혜를 넘어 주민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마을공동체 운동’ 모델을 정립해 왔으며, 과거 ‘복음자리 잼’과 신용협동조합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의 선구적 사례를 보여주었다. 현재는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 사회적협동조합 작은자리를 비롯한 소속 기관·공동체를 거점으로 ▲생활자치 ▲협동경제 ▲주민연대 비전 아래 지역사회 통합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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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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