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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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네 마음에 희망의 씨앗을 심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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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듯 큰아이의 신학기는 시작되었다. 반 배정과 교복을 구매하러 다니는 분주함 속에 고등학교 1학년이 시작된 것이다. 큰아들 요한이의 컨디션은 하루하루 파도를 타는 듯하다. 낯선 친구들, 서먹한 교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를 잠 못 들게 하는 관계의 피로함. 밤늦게 돌아온 아이는 학교의 후일담을 토로하며 한 시간가량을 우리 부부에게 털어놓는다. 위로도 해주고 편도 들어 주면서 그렇게 신학기의 진통이 시작되었다.


첫 모의고사. 잘하고 싶은 열망과 주변의 기대에 전전긍긍하는 아이를 보며 조건 없이 지지하지만, 아이를 챙기는 심정이 참 녹록지는 않다. 성장기의 아이에게 어떤 말로 거름 역할을 해줘야 할지 우리 부부가 나누는 대화의 중심은 늘 아이에게 있다. 참…. 그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오늘 저녁은 유독 큰아이가 힘겨워했다. 아이 입에서 부정의 말이 끊이지를 않는다. “해도 안 돼. 어떻게 하지. 엄마가 몰라서 그래” 등등 그 모습이 예전의 나를 보는듯하다.


나랑 참 많이 닮은 큰애. 사실 나 또한 오랜 시간 어둠 속을 걸었다. 배우로 살아온 28년, 배우를 아직도 하고 있는 건 주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그 과정은 너무 쓰고 고달팠다. 우울증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던 시절도 있었고, 배우를 포기하려고 기도드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그런 부정으로 가득했던 난 예수님을 만났고, 1년간 울며불며 상처의 회복을 경험했다. 현재는 180도 바뀐 삶을 산다. 예수님에게서 오는 희망의 힘으로 사는 것이다. 이제 내가 희망을 말하는 삶으로 변화된 걸 보면 이 기적의 삶을 우리 아이들도 함께 누리길 바란다.


요한이의 손을 잡고 조용히 일러주었다. “요한아, 항상 네 혀를 잘 다스려야 해. 아빠도 힘든 시기를 지났고, 부정적인 말이 버릇처럼 붙어 살았지만 주님은 새 삶을 주셨고, 비로소 삶이 희망으로 바뀌기 시작했어. 그건 주님의 도우심이고, 동시에 그 도우심을 믿기로 한 아빠의 의지였어.”


우리는 흔히 상황이 좋아져야 좋은 말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앙의 신비’는 반대로 작용하는 듯하다. 내 마음의 밭이 바뀌고 말이 바뀌어야 상황이 바뀐다. 아이에게 “넌 안돼”라고 말하는 대신 “넌 무슨 일이든 가능해”라고 말할 때 그 아이는 가능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이 믿음은 세상이 말하는 ‘자신감’과는 결이 다르다. 내 성적이나 외모, 인기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 나를 만드시고 사랑하시는 주님께 근거를 두었기에 역설적으로 ‘근거 없는’ 무한한 신뢰가 뒷받침하는 것이다. 눈앞의 상황은 여전히 막막할지라도, 선하신 목자께서 반드시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실 것을 믿는 맹목적인 사랑의 확신이다.


요한이가 겪는 이 진통은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단단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영적 ‘성장통’일 것이다. 아이가 뱉는 말 한마디가 거름이 되어 그 인생의 뜰에 희망의 꽃을 피우길 기도한다.


“사랑하는 아들아, 첫 모의고사의 점수보다 더 중요한 건 네 입술의 고백이야. 네가 ‘주님 안에서 나는 괜찮다’라고 말할 때, 네 영혼은 이미 승리하고 있음을 잊지 말렴. 아빠는 오늘도 네가 뱉은 그 믿음의 말들로 네 삶의 지평을 넓혀가길 간절히 기도한다.”


주님께서 너를 위해 예비하신 그 ‘가장 좋은 일’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믿으며.



글 _ 우기홍 미카엘(연극배우,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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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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