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 발표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수요가 급증하면서 2025년 AI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전년보다 3 이상 늘었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2030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 센터는 막대한 전력은 물론 많은 양의 물을 소비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도 배출한다. 특히 화석연료 기반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탄소 배출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AI가 기후와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AI의 기후위기 대응 잠재력을 주목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네이처」에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는,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력·식량·모빌리티 3개 부문에서 AI가 상당한 감축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AI에 따른 감축 잠재량은 2035년까지 연간 3.2~5.4GtCO2e(기가톤 이산화탄소환산량)로, 전 세계 배출량의 8~14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도 AI가 전력망 최적화와 재생에너지 효율성 제고 같은 감축 부문뿐 아니라 재난 예방, 농업 방식 최적화 같은 적응 부문에서도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2025년 12월 유엔환경총회가 채택한 ‘인공지능 시스템의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관한 결의안’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다.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환경 보호를 위해 AI 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동시에, AI가 초래하는 환경적 영향은 최소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AI의 활용이 또 다른 환경 파괴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권고는 이율배반적 성격도 지닌다. 유엔은 그 대안으로 AI 데이터 센터의 녹색화, 곧 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한 전력 공급 방안을 제시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또한 결코 무해하지 않다는 데 있다. 재생에너지에 필수적인 광물 대부분이 남반구에 매장돼 있고, 채굴 과정에서 생태계 파괴와 물 부족, 강제 퇴거 같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을 데이터 센터에 공급하더라도 전력 수요 자체를 조절하는 접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편 1990년대 이후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핵발전은 AI 데이터 센터에 안정적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유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중국, 영국, 프랑스는 물론 한국도 AI를 신성장 동력으로 채택하면서 건설 기간이 10년 이상 걸리고 안전성과 핵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소되지 않은 핵발전과 소형모듈원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AI 이용을 무조건 거부할 수는 없다. 분야에 따라서는 분명 긍정적 역할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과열되는 AI 개발 경쟁은 이용의 폭발적 증가를 낳고, 이는 기후와 환경은 물론 사회·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AI 개발 속도와 경쟁을 규율하고, 안전성과 인권을 보장할 법적·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AI 의존도를 낮춰 전력 사용량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도 피할 수 없다.
글 _ 민정희(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