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는 다 함께 노래하는 전통이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교파와 상관없이 그리스도인 모두가 떼제 성가를 큰 소리로 따라 부르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젊은이부터 나이 지긋한 분까지, 모든 세대가 평화를 갈망하며 함께 기도한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4월 23일부터 28일까지 방한한 프랑스 떼제공동체 원장 매튜 수사(Brother Matthew, 본명 Andrew Thorpe)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4월 24일 서울 정동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평화를 위한 일치기도회’에 참석했다.
매튜 수사는 일치기도회를 비롯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조직위원회를 방문하고 개신교 장로회 성직자, 가톨릭 평신도 신학자 등 다양한 교파의 사람들도 잇달아 만났다. 특히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 속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된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그의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매튜 수사는 “떼제공동체는 늘 시대의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성령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어떻게 움직이시고 역사하시는지를 식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평화는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특정 민족을 악마화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레바논과 우크라이나 주민들처럼 세계 곳곳에서 희생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뾰족한 해결책이 없더라도, 우리는 희생자의 편에 서야 합니다.”
매튜 수사는 이 말을 몸소 실천해 왔다. 2024년에는 이스라엘과 분쟁 중이던 레바논에서, 2025년에는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을 보냈다.
그는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공과 관련한 레오 14세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빚어진 갈등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교황님이 하신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전한 매튜 수사는 “교황님께서는 절대로 정치적인 논쟁에 들어가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복음에 충실하게 말씀하시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년 12월부터 떼제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매튜 수사는 그리스도교가 교파를 초월해 ‘평화’라는 공통된 지향을 함께 이뤄가는 ‘하느님 백성’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그는 “교회 일치 운동에 반대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떼제공동체는 각 교파의 전통을 잃지 않으면서도 하느님의 자녀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을 몸소 증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주교, 정교회, 개신교가 신학적으로만 대화하다 보면 서로 다른 의견 때문에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며 “하지만 교파가 달라도 전쟁 희생자와 난민, 교도소의 수용자 등 많은 사람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은 많다”고 설명했다.
“떼제공동체는 세간의 관심을 끌거나, 어떠한 운동을 조직적으로 펼치는 곳이 아닙니다. 함께 기도 안에서 힘을 얻고, 각자의 지역 교회와 교파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하도록 돕는 곳이죠. 바로 그런 공동체 안에서 모든 교파가 ‘그리스도의 신비체’로서 일치해 나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