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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을 천국으로’…수원교구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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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일 오전, 수원교구 제2대리구 비전동성당(주임 정연혁 베드로니오 신부) 마당. 낡은 작업복 차림의 신자들이 사다리와 각종 공구를 챙겨 트럭에 올랐다. 노동절부터 이어진 황금연휴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못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경기 평택시 오성면 안화리에 있는 한 노후 주택이었다. 네 시간여 뒤, 먼지를 뒤집어쓴 채 집수리를 마치고 나온 신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15년째 복음을 삶으로 실천하며 이웃의 행복을 찾아 나서고 있는 ‘비전동본당 집수리 봉사단’의 봉사 현장을 찾았다.



‘십시일반’ 손 모아…낡은 집을 새집으로 


성당에 모인 신자들의 차림은 미사드릴 때와 사뭇 달랐다. 모자를 눌러쓰고, ‘소공동체 집수리 봉사단’이라고 적힌 파란색 조끼를 입었다. 기도를 바친 뒤 주임 신부의 강복을 받고 성당을 나서는 봉사자들의 표정에는 설렘이 묻어났다. 각종 공구와 생수를 챙겨 도착한 집은 마당과 텃밭이 잘 가꿔진 이웃집들과 달리 낡고 황량했다.


87세 이이화 할머니가 홀로 사는 이 집은 지은 지 100년이 넘었다. 17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혼자 지내 온 이 할머니는 집을 수리할 여력이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얼마 전 넘어져 다리를 다친 뒤로는 청소조차 쉽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집에 들어선 신자들에게 “집이 너무 지저분해 미안해서 어떡하냐”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이 정도면 너무 관리를 잘하셨는데요. 저희가 더 깔끔하게 수리해 드릴게요.”


집수리 경력 10년이 넘는 봉사자들은 이 할머니를 안심시키며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맡은 일은 도배와 장판 교체, 청소였다. 28평 남짓한 집에 23명의 봉사자가 모이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오랫동안 함께 봉사하며 손발을 맞춰 온 봉사자들은 각자 맡은 자리로 흩어져 지체 없이 움직였다. 가구를 밖으로 옮기고, 서너 명이 거실 벽지 작업에 들어갔다. 벽지를 붙이는 동안 생기는 쓰레기를 정리하는 담당도 있어 작업 뒤 뒷정리 시간을 줄였다.


주방 한쪽에서는 여성 봉사자들이 싱크대 청소를 시작했다. 거동이 불편한 탓에 오랫동안 손길이 닿지 못했던 화장실도 세면대부터 바닥, 변기까지 말끔하게 닦았다. 밖으로 옮겨 둔 가구를 닦는 일도 봉사자들의 몫이었다.


봉사단은 집수리 전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부분을 미리 확인했다. 이날도 가스경보기를 설치하고, 낡은 분전함 커버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작업이 늘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벽지를 뜯어내고 보니 시멘트로 지은 오래된 집이라 벽면이 고르지 않아 도배가 쉽지 않았다. 박석균(야고보) 단장은 현장에서 집 상태를 살핀 뒤 벽면에 맞는 벽지를 새로 구해 왔다. 이날 처음 봉사에 참여한 한 신자는 청소를 마친 뒤 이 할머니의 다리와 어깨를 주물러 드리며 말동무가 돼 주기도 했다.


봉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보탠 덕분에 낡은 집은 네 시간 만에 한결 깨끗하고 환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나의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하루


15년 전, 본당 형제회 몇몇 신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돕기 위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봉사자가 서너 명에 불과했다. 인원이 적다 보니 아침 일찍 시작한 집수리가 늦은 저녁에야 끝나곤 했다.


박 단장은 “신자 가정을 방문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분들을 보게 됐고, 그분들을 돕고 싶어 집수리 봉사를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형제회 일부 회원만 참여했는데, 주임 신부님께서 어려운 상황을 보시고 남성소공동체 차원에서 봉사단을 운영해 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지금의 봉사단이 꾸려졌다”고 말했다.


초창기 봉사는 본당 예산 지원을 받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신자 가정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후 대상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생기자 본당은 2015년 평택시자원봉사센터에 재능 기부 활동 단체로 등록했다. 이를 계기로 봉사도 더 체계화됐다.



평택시자원봉사센터가 매달 집수리 대상 가구를 선정하면 봉사단은 사전 답사를 통해 필요한 수리 내용을 확인하고 자재와 인력 규모를 정한다. 보통 15~25명의 봉사자가 참여하며, 자원봉사센터가 도배사 등 전문가를 지원하기도 한다. 대상은 주로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이다.


집수리 봉사단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해마다 6~8차례 봉사에 나선다. 15년 동안 수리한 집만 100여 곳에 이른다.


박 단장은 “바퀴벌레와 쥐 배설물로 가득해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집을 수리해 드린 적도 있다”며 “경제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분들을 도울 수 있다는 뿌듯함이 오랫동안 집수리 봉사를 이어 온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날 봉사에 함께한 박은희(마리아) 씨는 “저희가 돌아간 뒤에도 어르신이 불편하지 않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구석구석 청소하려 했다”며 “집을 치워 드린 것뿐인데 연신 감사하다고 하시며 좋아하시는 어르신을 보니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조현실(마리아) 씨도 “좋은 일을 신자들과 함께하니 기쁨이 더 컸다”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했던 오늘 봉사는 예수님께서 함께 계신 것처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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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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