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성경을 필사할 때는 제가 글을 쓰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이어가며 하느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고 계심을 깨달았습니다.”
14년간 33가지 서체로 성경 전권을 필사해 온 유옥희 작가(아녜스·청주교구 구룡본당)가 네 번째 개인전 ‘붓끝에 피어난 하느님 말씀전’을 연다. 전시는 5월 12일부터 17일까지 충북 청주 한국공예관 3층 갤러리 2-3에서 마련된다. 전시회에서는 창세기부터 요한 묵시록까지 성경 전권을 40권 분량으로 엮어낸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신 작업의 결실”이라고 말한다. 그는 “역대기 하권을 필사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하느님께서 제 손을 잡아주셔서 완성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성경 필사는 하느님께서 참으로 살아 계심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가 붓을 잡은 것은 40년 전이다. 여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청주의 한 향교에서 서예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붓을 잡았을 때의 설렘은 이후 오랜 작품 활동의 바탕이 됐다. 제1회 한국서법예술서예대전 대상, 제1회 신사임당이율곡서예대전 대상,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예부문 초대작가, 충북미술대전 운영·심사위원 등을 지내며 서예가로서 역량을 쌓아왔다.
성경 필사는 2013년 구룡본당 새 성당 건립을 위해 시작된 본당 차원의 필사 운동에서 비롯됐다. 당시 본당 주임이던 고(故) 이승용(마태오) 신부는 사목 목표를 ‘우리 마음에 먼저 하느님의 성전을 지어 봅시다’로 정하고 신자들에게 성경 필사를 권했다. 유 작가도 이 뜻에 동참하며 필사를 시작했고, 작업에 몰두하면서 성경 필사를 위한 새로운 서체까지 개발했다.
14년에 걸친 작업은 유 작가에게 단순한 창작을 넘어 신앙의 여정이 됐다. 그는 “요한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돌아가시는 대목을 쓰던 중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며 “그때 성령께서 작업실 안에 함께 계심을 느꼈고, 이후 아프던 팔도 나아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40년 서예 인생을 하느님 말씀 앞에 봉헌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끝으로 작품 활동을 마무리하고, 앞으로는 성 황석두 루카 외방 선교 형제회에서 선교사와 수도자, 사제들을 위한 서예 교육을 이어갈 계획이다.
유 작가는 “지난 40년은 하느님 말씀을 바른 글씨로 전할 수 있도록 준비해 온 시간이었다”며 “서예를 해온 목적을 이뤘기에 작품 활동을 마무리하는 데 아쉬움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전시회를 찾는 이들이 작품을 통해 하느님 말씀의 깊이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많은 분이 오셔서 성경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의 영광과 은총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전시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