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성모 성월이다. 교회는 이달에 성모 마리아를 더욱 자주 기억하고 공경하며, 그분의 믿음과 순명, 겸손의 삶을 본받도록 권고해 왔다. 성모 성월은 단순한 신심 행사가 아니다.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뜻을 듣고, 고통받는 이들 곁에 머물며, 기도와 선행으로 자신을 봉헌하는 시간이다.
지금 세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이란을 둘러싼 무력 충돌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가정과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쟁의 뉴스가 반복될수록 사람들의 마음은 무뎌지기 쉽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고통을 숫자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폭격 아래 숨진 이들, 피란길에 오른 아이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울음은 모두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생명의 탄식이다.
한국교회는 전쟁의 상처 속에서도 성모님의 전구를 간구해 온 기억을 지니고 있다. 1953년 한국교회 첫 레지오 마리애 쁘레시디움 가운데 하나가 ‘평화의 모후’였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폐허 속에서도 신자들은 절망이 아니라 기도를 선택했다. 오늘 우리가 이어야 할 신앙의 태도도 바로 그것이다.
성모 성월을 맞아 본당과 가정, 신앙 공동체가 세계 평화를 위해 함께 기도하자. 묵주 기도 한 단, 촛불 하나, 작은 희생과 선행 하나가 전쟁을 멈추게 하는 직접적 힘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평화는 기도하는 마음에서 먼저 시작된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이란과 우크라이나, 그리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모든 이를 맡겨 드리자. 주님께서 미움의 무기를 내려놓게 하시고, 대화와 화해의 길을 열어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