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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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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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 햇빛 뒤에 그늘이 있는 건 사랑스러운 모습이야 밝은 미소를 짓지 않아도 사랑할 이유가 많단다.” 


‘악뮤’라고 부르는 악동뮤지션의 새 노래를 요즘 즐겨 듣습니다. 아픈 마음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 같은 노래예요. 처음 이 칼럼 제안을 받았을 때 ‘나의 기쁨과 슬픔’으로 칼럼 제목을 삼으려 했는데 그때 생각했던 마음이 이 노래에 오롯이 담겨 있어 신기하기도 합니다. 서로 알지 못해도 마음은 이렇게 저절로 연결이 된다고요.


새로 나온 앨범의 노래들은 악뮤의 오빠 찬혁이가 우울증과 여러 이유로 힘겨워하던 동생 수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만든 것인데요. 찬혁은 이에 대해 “동생을 잘 프로듀싱해주고 싶었다”고 표현을 하네요. 얼마나 예쁜 말인지요. 노래처럼 동생을 잘 가꾸어주고 싶은 마음. 


수현은 오빠가 입대한 후 책임감과 부담감에 짓눌려 커튼을 친 어두운 집에서 혼자 지냈다지요. 폭식에서 위로를 찾는 바람에 몸이 급격히 불기도 했고요. 그런 동생에게 오빠가 손을 내밀어 다시 세상으로 끌어내어 준 것인데, 담담하게 전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힘은 바로 사랑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빠의 사랑에 동생도 용기를 내어 응답을 한 것이고, 둘은 다시 무대에서 예쁜 노래를 부릅니다.


찬혁은 말합니다. 슬픔 다음에 기쁨에 대해서는 대개들 좋다고 생각하지만 기쁨 다음에 슬픔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기쁨 다음에 슬픔까지가 하나라고요. ‘나의 기쁨과 슬픔’을 칼럼 예비 제목으로 처음 떠올렸을 때도 기쁨과 슬픔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샴쌍둥이처럼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슬픔을 대개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쫓아내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고요. 아픔도 마찬가지고요. 기뻤던 만큼 슬프고 슬펐던 만큼 기쁘다고요. 사랑한 만큼 아프고 아팠던 만큼 사랑하는 거라고요.


그러니 슬픔이나 아픔을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는 일은 우리가 예쁜 돌로 단단해지는 과정이지 싶습니다. 4월에서 5월, 초록이 짙어집니다. 어제는 독감으로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햇살이 너무 눈부시고 신록이 너무 예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주여!” 했답니다. 어지럽고 아찔한 날이었기에 그 부름은 기쁨이면서도 탄식이었어요. 


마태오복음은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 21)고 했는데, 하느님을 부르며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길이 쉽지 않다 느껴질 때가 많아서 요즘 자주 질문을 하곤 합니다. 제가 맞나요? 주님?


그래도 기쁨과 슬픔을 함께 안으며 천사처럼 고운 노래를 불러주는 이들이 있어 오늘도 행복합니다. 오늘도 힘을 냅니다. 기쁨 뒤의 슬픔을 겁내지 말라고,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슬픔도 축복이라고. 나를 나로 살게 하는 힘은 그 모두를 다 품어주는 데서 오는 거라고, 마음을 다독입니다. 매일 새로운 길 위에서 품어줄 것들을 떠올리며 새로운 기도를 합니다.



글 _ 정은귀 스테파니아(한국외국어대학교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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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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