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이주노동자지원센터 ‘김포이웃살이.’ 주말이면 이곳 지하에서 기타와 드럼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음악 소리를 따라 지하 1층 음악 연습실로 내려가면 일렉과 베이스 기타, 드럼, 피아노 소리가 한데 어우러진다. 각 악기를 맡은 학생들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스팅의 노래 <Englishman in New York>를 맞춰 나간다. 서툰 대목에서는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다시 박자를 맞추며 곡을 이어 간다. 한국 청소년과 이주 배경 청소년이 함께 만든 센터의 하나뿐인 청소년 밴드 ‘이쁜이 쉐이크’다.
네 명으로 구성된 밴드 멤버 가운데 두 명은 한국 청소년, 두 명은 어머니가 외국인인 이주 배경 청소년이다. 밴드는 보컬이자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이재영(요셉) 군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고1 여름방학 때 밴드를 만들어 음악을 해 보고 싶었어요. 친한 친구들 가운데 악기를 조금이라도 다룰 줄 아는 친구들과 모여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이주 배경 청소년인 이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센터와 인연을 맺었다. 센터가 이주 배경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 ‘꿈터’에서 처음 기타를 배웠다. 음악 선생님에게 통기타와 일렉 기타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베이스 기타에도 관심이 생겼다.
중학생이 된 뒤에는 센터가 이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작은 공연 무대에도 올랐다. 고등학생이 된 2025년에는 센터에서 만난 친구들을 모아 직접 밴드를 만들었다. 기타를 배우던 공간은 이제 친구들과 함께 연습하는 밴드 연습실이 됐다. 이 군은 악기를 처음 접하는 친구들에게 직접 연주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센터는 이주 배경 청소년뿐 아니라 지역 청소년들에게도 열려 있다. 이 때문에 밴드도 국적이나 배경을 따지기보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모여 꾸려졌다. 같은 이주 배경 청소년인 원대연 군은 드럼을 맡고, 한국 청소년인 구예찬 군과 양희훈 군은 각각 베이스 기타와 피아노를 연주한다. 원 군은 중학생 때 이 군과 함께 센터 공연 무대에 오른 경험도 있다.
이들은 5월 10일 김포시 제2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리는 ‘이주민 장기자랑’ 무대에도 함께 서고 싶었다. 센터 담당 김주찬(알베르토) 신부의 색소폰 연주에 맞춰 합주하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학교 시험 기간과 연습 일정이 겹치면서 이번에는 이 군만 무대에 오르기로 했다.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친구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내년이면 고3이 되는 만큼 앞으로 밴드 활동을 얼마나 이어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센터 안에서 음악을 매개로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꿈도 조금씩 키우고 있다. 원 군은 간호사, 구 군은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 군은 성인이 되면 악기를 들고 도심에 나가 버스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센터는 이주민과 이주 배경 가정, 지역 주민이 구별 없이 어울리는 공동체를 지향해 왔다. 청소년들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함께 활동하며 사회성을 키워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이 밴드는 단순한 취미 모임을 넘어 센터가 꾸준히 이어 온 교육과 돌봄의 결실이기도 하다. 센터가 지자체 등과 연계해 청소년들에게 음악과 미술 등 예술 활동의 기회를 마련해 온 시간이 밴드라는 모습으로 이어진 셈이다.
센터 사회복지사 서효정(미카엘라) 팀장은 “2014년부터 공모 사업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아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왔다”며 “음악 연습실과 악기를 갖춘 것도 관심 있는 학생들이 누구나 배우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음악 안에서 친구가 되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센터의 운영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