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이 축성 100주년을 맞았다.
대한성공회는 5월 3일 ‘서울주교좌성당 축성 100주년 기념 감사성찬례’를 봉헌하고, 지난 100년의 역사를 기억하며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을 선포했다.
이날 교구장 김장환(엘리야) 주교는 “오늘은 단순히 건물 한 채의 100년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앞으로의 100년 동안 우리가 어떤 교회로 살아갈 것인가를 스스로 묻는 날”이라고 말했다.
감사성찬례는 지난 한 세기 역사를 기억하는 100번의 타종으로 시작됐다. 약 10분 동안 울려 퍼진 종소리 뒤에는 어린이들이 성당 문을 두드리고 여는 퍼포먼스를 통해 새로운 100년을 향한 출발을 알렸다. 주교가 지팡이로 문을 두드려 열던 기존 방식과 달리, 미래 세대에게 앞길을 열어 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기념식에서는 ‘백 년의 감사, 다음 백 년의 약속’을 주제로 성공회 공동체의 다짐도 선포됐다. 본당 주임 박성순(야고보) 신부는 비전 선언문을 통해 ▲다양성 속에서 일치를 이루는 하나의 교회 ▲그리스도의 몸으로 날마다 새롭게 되는 거룩한 교회 ▲모든 이를 환대하는 공번된 교회 ▲세상 속에서 복음을 증언하는 사도적 교회 등 네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1926년 5월 2일 축성된 서울주교좌성당은 영국인 건축가 아더 딕슨의 설계로 네오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당시에는 부분 완공 상태로 축성됐으며, 재정적 어려움과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6·25전쟁 등을 거치며 70년 만인 1996년에야 완공됐다.
성당은 주홍색 지붕과 아치형 창문, 석조와 벽돌이 어우러진 외관으로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러나 1937년 조선총독부가 체신국 청사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 성당 앞을 가로막으면서, 오랫동안 시민들에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옛 청사가 철거되면서 성당은 도심 속 역사·문화 공간으로 다시 시민들과 만나게 됐다.
성당은 한국 현대사의 굴곡마다 신앙의 사회적 책임을 드러낸 공간이기도 하다. 1987년 6월 10일 민주 인사들은 성당에 진입한 경찰의 방해를 뚫고 종루에 올라 42번 종을 쳤고, 이 종소리는 6월 민주항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됐다. IMF 외환 위기 당시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푸드뱅크’가 이곳에서 태동했다.
이처럼 성당은 단순한 기념 공간을 넘어, 시대의 아픔 속에서 기도와 연대의 자리를 지켜 온 신앙 공동체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김 주교는 “주교좌성당의 지난 100년은 갈망의 역사였다”며 “일제강점기의 어둠 속에서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이곳에서는 기도의 불이 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