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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각장애 딛고 개인전 여는 최일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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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에파타성당 지하 1층 전시실, 소박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이 넘실대는 화조화(花鳥?)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청각장애를 딛고 50년 넘게 붓을 잡아 온 농인 최일권 화백(바오로·72·수원교구 이천 신둔본당)의 개인전 ‘그대, 내게 날아와 꽃처럼 피소서’다. 5월 29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본당 주임 박민서(베네딕토) 신부가 농인 예술가들을 위해 성당 건축 기획 단계에서부터 마련한 공간에서 열리는 첫 전시라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


최 화백은 한국화 전통을 기반으로 독창적 화풍을 일궈왔다. 거대한 풍경보다는 우리 주변의 작은 생명들에 주목한다.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 나무와 동물들을 부드러운 담채와 섬세한 필선(筆線)으로 담는다. “작고 소박한 존재들 속에 오히려 더 깊은 생명력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그의 말처럼, 가까이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대상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 온 예술 세계가 작품마다 배어 있다.


전시 제목 속 ‘그대’는 특정 인물을 가리키지 않는다. 작품 앞에 선 관람객이자, 세상의 모든 존재다. 그는 “누군가가 제 삶 속으로 와 따뜻하게 머물고,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며 “그림을 보는 이들이 서로에게 스며들어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장애를 예술 활동의 제약으로만 여기는 것은 청인들의 고정관념일 수 있다. 최 화백은 ‘침묵’ 속에서 오히려 새로운 감각을 발견했다. 들리지 않는 불편함은 때로 대상에 더 깊이 몰입하게 하는 힘이 됐다. 그는 “외부 소음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에 빛의 흐름이나 색의 미묘한 차이를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승이자 한국화의 거목인 고(故) 운보 김기창 화백이 생전 “최일권의 작품 세계에는 세상을 보듬는 섬세함이 녹아 있다”고 호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술인으로서 50년 넘는 여정이 평탄하기만 했을까. 소통의 어려움이나 마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할 때의 답답함은 그를 지치게 했다. 그때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늘 곁을 지켜준 가족,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 그 자체였다. 그에게 그림은 단순한 작업이 아니라 세상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이자 삶 자체였다.


“예술은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니까요.”


최 화백은 계절의 흐름과 시간의 변화처럼 ‘마음의 감각’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순간들을 담아내기 위해, 전시 후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계획이다. 장애라는 편견에 대해 그는 “예술이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며, 후배 농인 예술인들에게도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제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가진 방식 그대로,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과 소통해도 괜찮습니다. 그 다름이 오히려 자신만의 깊이와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최 화백은 개인전 4회를 비롯해 200여 차례 국내외 전시에 참여하며 한국화의 아름다움을 선보여 왔다.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과 전국 창작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전시에도 참여했다. 작품 기증 등 예술을 통한 사회적 나눔에도 앞장서고 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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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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