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기후행동과 작은형제회 JPIC, 국제기후종교시민네트워크 등 종교·환경단체들은 4월 3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재한 이란인 코메일 소헤일리 감독을 초청한 가운데 ‘이란 영화 특별상영회’를 열었다.
상영회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종전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전쟁 피해가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전쟁을 인명 피해와 인권 문제만이 아니라 생태·기후 위기의 관점에서도 바라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소헤일리 감독은 전쟁이 민간인의 삶을 파괴할 뿐 아니라 탄소 배출과 환경오염, 물 부족 등 생태적 피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상영회에서는 소헤일리 감독의 영화 <Cold Birth>, <푸른 눈의 소년>, <공존>이 상영됐다.
특히 <공존>은 이란 최남단 호르무즈섬에 사는 시각장애인 어부 델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한 직후, 이란 정부가 미국을 비난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언급하던 시기에 촬영됐다. 영화 속 라디오에서도 “석유 수출 차단”, “적들의 음모”, “이란 강경 대응”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델라는 긴장된 정세 속에서도 삶의 터전인 호르무즈 해협의 배 위에서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신다.
감독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촬영하며 소금과 바다, 물고기가 조화를 이루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지금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쟁의 한가운데 놓인 만큼, 영화 속 어부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쟁은 현지 환경에도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감독은 전쟁이 기후 변화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이란 주민들에게는 ‘오염된 주변 환경’이 더 직접적인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각한 문제로는 물 부족을 꼽았다. 최근 테헤란에서는 가스·정유 시설 폭격 이후 심각한 대기오염이 이어졌고, 이른바 ‘검은 비’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폭격으로 발생한 탄소와 메탄 등 오염물질이 비와 함께 내리면서 도시 전체가 검게 물들 정도의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호르무즈섬 일대에서는 폭격으로 정유 시설뿐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구역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은 “이란 전역 국립공원에 개체를 보내 번식시키던 사슴 보호구역이 공격으로 파괴되면서, 예민한 특성의 사슴들이 대거 폐사했을 것”이라며 “이런 내용은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 넘치면 이하 온라인) <Cold Birth>는 폭설과 단절 속에서 출산을 위해 길을 나서야 했던 한 임산부의 기억을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푸른 눈의 소년>은 세상을 파랗게 보는 소년이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감독은 “긴장과 폭력의 공간 안에서도 평화로운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평화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한편 소헤일리 감독은 2025년 이란 현지로 갔으나, 같은 해 6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두 아이를 데리고 육로로 한국에 돌아와야 했다. 한국에 있던 아내 김주영 감독과 함께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미국-이란 전쟁이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있다. 이란에 있는 가족들과도 자유롭게 연락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주영 감독은 “모든 종교가 지닌 공통된 목적은 더 나은 세상,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멀리 떨어진 이란에 관심을 두고 이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자체가 숭고한 일”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