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문서」는 시노드 과정에서 교회가 직면한 복잡한 현실을 ‘맥락(상황)의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 성찰한다.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실천하는 자리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각 지역 교회는 고유한 문화적 풍요로움을 지니고 있으며, 이는 사명 수행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맥락 안에는 복음의 논리에 반대되는 폐쇄적 관계의 논리가 존재한다.
「최종문서」는 이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르침을 따라 ‘죄의 구조’(「사회적 관심」, 36항)라고 칭한다. 곧 구조적 죄는 관계를 폐쇄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장벽을 세우고 두려움을 조장한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회개뿐만 아니라 구조적 쇄신과 관계들의 회심이 동시에 필요하다.
「최종문서」는 오늘날 인류가 처한 비극적 상황을 관계의 단절과 균열이라는 관점에서 구체화한다. 전쟁과 무력 충돌, 무력에 의한 평화 건설, 이익을 위한 피조물과 인간의 착취 역시 이와 같은 신념에 기인한다.
이러한 세상의 논리는 교회 안에서도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 남녀 불평등, 인종 차별, 장애인 차별, 이주민 배척 등의 장벽 역시 폐쇄성의 원리에서 말미암는다. 통합 생태론의 차원에서도 공동의 집인 지구와의 관계 균열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특히 태아부터 노인까지 인간 생명을 경시하고 버리는 가장 비극적인 폐쇄성이 만연해 있다.
시노드 과정에서 세상과 교회의 맥락은 늘 관련돼 있다. 세상의 악은 교회 안에서도 나타난다. 「최종문서」는 그동안 교회 내부에서 자행된 다양한 학대와 권력 남용 희생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성적 학대뿐만 아니라 영적 학대, 경제적 남용, 권력 남용, 양심의 학대 등 성직자와 교회 직분자들이 가한 끔찍한 잘못들을 하나하나 거명한다.
교회가 피해자와 생존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치유와 정의, 화해를 향한 것이다. 교회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허히 용서를 구함으로써 무너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직시를 통해 교회는 자신의 사명을 새롭게 정의한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 상처받은 관계의 무게를 함께 짊어지는 것이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다. 이를 통해 교회는 비로소 하느님과 인류가 일치를 이루는 ‘성사’가 될 수 있다.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교회는 성령께서 모든 문화와 장소에 뿌려 주신 복음의 씨앗을 발견한다.
그리하여 상호 신뢰와 용서의 함양, 환대의 공동체 형성, 사람들과 지구의 삶을 증진하는 경제 건설, 갈등을 화해로 전환하는 능력 등의 열매를 맺는다. 역사적으로 종교 간에 자행된 적대 행위, 특히 그리스도인들 사이의 분열과 적개심이라는 추문을 극복하려는 시노드 여정의 새로운 경험이 관계적 회심의 중요한 표징으로 제시된다.
시노드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과 교회 안에 깊게 뿌리내린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관계의 어둠을 직시하고, 배척당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성령께서 이끄시는 관계적 회심과 일치의 사명으로 나아간다.

글 _ 엄재중 요셉(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