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가 ‘받는 교구에서 나누는 교구’로 변화하는 중심에는 해외 선교사제의 파견이 있었다. 특히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더욱 본격적인 해외 선교가 이뤄질 수 있었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통한 교구의 해외 선교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나누는 교회로 변모하다
1988년 제2대 교구장 김남수(안젤로) 주교가 교구 설정 25주년 기념미사에서 ‘받는 교구’에서 ‘주는 교구’로의 변모를 천명한 이래, 교구는 외국 교구와 선교지를 향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구의 관심은 단순히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현지 교구와 연계하고 성직자를 파견하는 받는 교구와 주는 교구가 함께 복음화되는 ‘나누는 교회’를 지향했다.
그 대표적인 활동이 한국외방선교회 창설이었다. 김 주교는 한국 외방 선교회 창설에 참여하고 제2대 총재로 해외 선교사 양성과 지원에 기여했다. 이어 제3대 교구장 최덕기(바오로) 주교 역시 제3대 총재를 역임하며 해외선교 활동을 이끌었다. 2004년 10월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한국 외방 선교회 총재직을 서울대교구장이 당연직으로 맡기로 결정되기까지 교구는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해외선교에 기여했다.
비단 한국 외방 선교회를 통한 활동만이 아니었다. 2001년에는 교구 사제를 파리 외방 전교회를 통해 일본 선교지에 파견하기도 했다. 2004년 4월 최 주교는 아프리카 남수단을 방문하고 당시 룸벡교구 톤즈에서 사목하던 고(故) 이태석(요한 세례자) 신부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고 해외 선교지 사정을 살폈다. 그때 룸벡교구장에게 선교사제 파견을 제안받은 최 주교는 교구의 새로운 해외선교를 준비했다. 바로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 파견이다.
신앙의 선물 싹 틔우다
피데이 도눔은 한 교구에 소속된 사제를 일정 기간 선교 지역 교구에서 현지 교구 사제로서 사목활동을 하도록 돕는 제도를 뜻한다. 라틴어로 ‘신앙의 선물(Fidei Donum)’이라는 뜻을 지닌 이 제도는 비오 12세 교황이 1957년 발표한 회칙 「피데이 도눔」에서 유래했다.
교구는 2005년부터 해외선교를 진행할 수 있도록 선교사제 양성에서부터 해외 선교를 뒷받침한 여러 조직을 구성했다. 2008년 ‘바오로의 해’에는 교구 복음화국 내에 ‘해외선교사목부’를 신설해 교구 내 각 선교지역을 관리·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해외선교사목부 산하에 중국선교위원회와 아프리카 수단선교위원회를 신설했다.
마침내 2008년 4월 3일자로 파견된 첫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들은 룸벡교구 내 아강그리알과 쉐벳에서 사목을 펼쳤다. 선교지에서는 단순히 성사 집전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이뤄졌다. 특히 의료 봉사, 학교 건립 등은 단순히 물적 지원에 머물지 않고 남수단 현지인들의 자립을 돕고 현지인들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활동이 됐다.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선교지를 중심으로 교구민들의 나눔도 더욱 확산됐다. 교구 내 여러 단체, 본당은 물론이고 어린이들의 작은 손길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물적·영적 후원이 선교 활동의 원동력이 됐다.
뻗어나가는 교구의 해외선교
교구 해외선교는 남수단 룸벡교구와의 피데이 도눔을 계기로 크게 탄력을 받고 활성화됐다. 2009년 이용훈(마티아) 주교가 교구장에 착좌한 이후, 교구의 해외 선교는 크게 확장하며 보편교회와 함께 가는 교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가 파견된 곳은 잠비아다. 잠비아 피데이 도눔은 한상호(마르코) 신부의 선교를 통해 이뤄졌다. 한 신부가 2009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잠비아 솔웨지교구의 승인을 얻어 마냐마 지역을 사목한 것이 선교의 발판이 된 것이다. 교구는 2013년 솔웨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2014년 4월에는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의 요청에 따라 피데이 도눔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성 골롬반 외방 선교회를 통해 칠레 산티아고대교구에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2017년 산티아고대교구와 정식으로 피데이 도눔을 맺어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해외의 여러 교구들과 피데이 도눔을 체결하고 있다. 교구는 2020년에는 칠레 안토파가스타대교구와, 2022년에는 잠비아 은돌라대교구와 피데이 도눔을 맺고 선교사제를 파견했다. 또 2025년에도 일본 사이타마교구와 나고야교구에 선교사제를 보내 선교를 펼치고 있다. 교구는 현재 아프리카 남수단 룸벡교구, 잠비아 솔웨지교구와 은돌라대교구, 남아메리카 페루 시쿠아니교구, 칠레 산티아고·안토파가스타대교구, 그리고 일본 나고야·사이타마교구 등에 10여 명의 선교사제를 파견하고 있다.
2026년 2월 해외 선교사제 파견미사에서 이용훈 주교는 “해외 선교사제 파견은 교회가 안정적인 교구 울타리 안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일”이라며 “이제 교구는 도움을 받던 시기를 넘어 인적 자산과 실천적 사랑을 나누는 교구로 성장했다”고 해외 파견의 의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