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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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를 역행하는 용기: 자기 주도적 신앙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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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만물은 가만히 두면 무질서한 상태로 흘러간다. 뜨거운 차는 식어가고, 가지런히 정리된 방은 시간이 지나면 어질러진다. 과학은 이를 ‘엔트로피 법칙’이라 부른다. 신앙의 세계에도 이 법칙은 존재한다.


우리의 영혼 또한 가만히 내버려두면 가장 편한 길, 내 자아가 만족하는 길, 즉 ‘나’를 우선순위에 두는 무질서의 상태로 급격히 기울어진다. 나도 그렇다. 그렇게 무질서로 빠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됐다. “신앙은 불편함이다.”


ICPE 선교 공동체에 속해 있고, 지금은 리더를 맡고 있다. 이 리더란 자리는 나의 자아를 불편함으로 초대하는 자리다. 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MBTI가 I로 시작하는 성향인데 이런 나에게 리더는 참 맞지 않는 옷 같다.


그런 내가 선교회 회원들을 위해 자기 주도적인 신앙을 요구하고 제안하는 건 내 삶을 역행하는 투쟁이다. 그들의 영적 성장과 리더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살기 위해 독려하는 것. 자아가 귀찮아하고 거부하는 그 지점을 향해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는 영적 투쟁을 해보자는 것.


쉽지는 않다. 현실의 우리는 얼마나 연약한가.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누가 뭐라 해도 싫고, 내 눈앞의 이득이 주님의 일보다 늘 앞자리를 차지하는데, ‘주님의 뜻’을 묻기보다 ‘나의 형편’을 먼저 살피는 것이 우리의 욕구인데 그것을 거스르자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이 선교사들을 다시 뜨거운 신앙의 자리로 이끌 수 있을까?”


성체조배를 하는데 십자가의 예수님께서 그러신 듯 느껴졌다. “그건 나의 일이다.” 그렇지. 주님의 일이지. 그건 주님의 일인데, 나의 노력으로 힘으로 애쓰고 있으니. 오직 그 일은 ‘주님의 힘’으로부터 나오는 것인데, 내가 무엇이라고 주님의 자녀들을 판단하고 억지로 끌고 가려 했던가.


그들은 내가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장 아끼시고 사랑하시는 당신의 자녀들이다. 나 또한 그들과 똑같이 넘어지고 흔들리는 연약한 죄인일 뿐임을 고백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주님께서 그들의 마음속에 심어두신 그 작은 사랑의 불꽃을 다시 지펴주시길 기도하며, 나 스스로가 먼저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기 주도적 신앙’의 본보기가 되는 것뿐이다.


“내가 뭐라고… 주님께서 아끼시는 당신의 자녀들을… 주님께서 잘 이끄시겠지.”


그렇게 의탁 드린다. 이건 포기가 아니다. 리더로서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주님의 때를 기다린다. 누구나 사계절이 있다면, 누군 뜨거운 여름이고 누군 찬 겨울이라면, 여름인 내가 겨울인 상대를 기다려주고 인내해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고 주님이 말씀하신 사랑이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내 안의 게으른 자아를 깨우며 불편함을 선택한다. 기도가 귀찮을 때 무릎을 꿇고, 내 일이 바쁠 때 주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며 영적 엔트로피를 역행하려 애쓴다. 그 좁고 불편한 길 끝에 주님께서 예비하신 참된 평화와 성장이 있음을 믿기 때문이다.


내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당신의 품으로 이끌고 계심을 신뢰하며 나는 오늘도 그분의 도구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글 _ 우기홍 미카엘(연극배우, 가톨릭 세계복음화 ICPE 선교회 한국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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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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