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항상 깨어 있어라.”(마태 25,13 참조)
우리 가족이 함께 다니는 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성당에는 연도실이 있습니다. 장례식장이라고도 부르는 그곳에서는 수시로 연도가 이루어지고, 연도 안내판이 성당 마당 입구에 세워져 있는 것을 종종 봅니다. 태어나는 데는 어느 정도 순서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죽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것이 새삼 제 가슴에 깊이 와닿습니다. 젊은 이도, 나이 든 이도, 건강한 이도, 병든 이도 죽음 앞에서는 평등합니다.
집 근처 대구대교구청 안에 자리한 성직자 묘지로 들어서는 입구 양쪽 벽에는 라틴어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HODIE MIHI CRAS TIBI(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오늘은 내가 무덤 속에 잠들어 있지만, 내일은 바로 네 차례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이미 세상을 떠나 흙 속에 고이 잠들어 있는 이들이 살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전해 주는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피해 갈 수 없는 것 한 가지가 바로 죽음입니다. 성당 입구에 세워져 있는 장례 안내를 볼 때마다, 죽음이란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 가까이에 존재한다는 것을 수시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됩니다.
히브리서 9장 27절에는 다음과 같은 말씀이 있습니다. “사람은 단 한 번 죽게 마련이고 그 뒤에 심판이 이어지듯이.” 이 말씀은 단순한 경고가 아닙니다. 우리 삶의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과도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단 한 번 죽고, 그 죽음 이후에는 하느님 대전에서 심판을 받습니다. 심판 때는 사랑의 실천을 많이 했는지를 평가하실 것이고, 그 기준에 따라 영원한 생명이냐 아니면 영원한 벌인지를 결정짓습니다.
주님께서 언제 오실지, 또 언제 어떻게 우리를 부르실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다만 한 가지, 주님께서는 도둑처럼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깨어 있어야 합니다. 매 순간을 마지막 순간처럼, 그러나 두려움이 아닌 감사와 사랑으로 충만하게 살아가야 합니다.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는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는 삶을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밥은 생명을 유지해 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밥이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지탱해 주는 존재가 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하루, 내 옆에 있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밥 한 그릇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 삶을 살다가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께서는 빛나는 상급으로 우리에게 갚아 주실 것입니다.
‘주님의 뜻대로 살다가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을 주님의 나라에 너그러이 받아들이시고, 저희 또한 그 자리에서 주님의 영광을 영원히 함께 누리게 하여 주소서. 아멘.’
글 _ 현창걸 세바스티아노(대구대교구 계산주교좌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