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가 2023년 설립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방콕 문서」는 아시아 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활동의 확대’가 아니라 아시아 현실 안에서 복음이 살아 움직이는 ‘함께 걷는 교회’로 제시한다. 그 중심에는 소공동체와 가정의 회복이 자리한다.
5월 12일부터 14일까지 태국 방콕 가밀로 사목센터에서 열린 ‘아시아에서 그리스도인 가정의 사명에 관한 시노드 모임’은 이 문서를 바탕으로 가정사목의 성과와 과제를 나누고,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식별한 자리였다.
한국 대표로 참석한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위원장 문창우(비오) 주교는 “「방콕 문서」의 정신에 비춰볼 때, 가정사목은 단순히 혼인 준비나 위기 상담 차원을 넘어, 가정 자체가 작은 교회이며 선교 공동체가 되도록 돕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FABC 평신도가정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모임은 여러 흐름이 맞물리며 마련됐다. 올해 교황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발표 10주년을 맞아 시노드 이행기의 본격적인 여정을 준비하는 의미를 담았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가 각국 담당 주교에게 혼인과 가정에 관한 사목 현황 조사와 답변을 요청한 가운데, 오는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FABC 제12차 정기총회를 앞두고 각국이 종합 보고서를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문 주교는 “‘성령 안에서 대화’ 방식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전했다. 두 차례에 걸친 이 대화에서 참가자들은 각국 보고에 대한 식별과 나눔을 이어가는 한편, 신학자 비말 티리만나 신부와 성서학자 파블로 비르힐리오 다비드 추기경의 강연 내용을 성경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권고 「가정 공동체」 ,「방콕 문서」에 비춰 성찰했다.
문 주교는 “오늘의 가정사목은 이상적인 가정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혼과 재혼의 상처, 한부모와 조손 가정, 이주민, 경제적 위기, 중독과 우울, 가족 내 단절을 경험하는 이들을 교회 공동체가 품어야 한다는 것이 현장에서 얻은 공감이다. 그는 가정이야말로 모든 사목 주제가 파생되는 자리인 만큼,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아시아 현실에 맞는 교회의 길을 신앙 감각으로 함께 찾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공동체의 강점은 가까이에서 함께 살아주는 힘입니다. 안부를 묻는 전화 한 통, 병든 가족을 위한 식사 나눔, 아이 돌봄의 연대 같은 작은 실천이 복음의 힘을 드러냅니다.”
문 주교는 “아시아 각국 교회의 발표는 한국교회가 앞으로 직면할 과제를 미리 살피는 계기이기도 했다”며 “이주민 가정의 해체 문제나 가족 형태 변화에 따른 위기는 이제 한국에서도 겪을 수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모임에서 제기된 보고와 질문을 한국 상황에 적용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문 주교는 “그리스도인들이 가정에 대한 사명을 삶 안에서 더 분명히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아시아교회와의 지속적인 연대 속에서 가정사목 영역에서도 한국교회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아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