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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이 곧 정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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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번 언급하였듯이 인간 생명에 대한 오늘날의 침해들이 지닌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것의 법적 정당화를 요구하는 경향에 있습니다. 그것들이 적어도 어떤 조건에서는 국가가 시민들에게 인정해야 하는 권리인 것처럼 말입니다.”(「생명의 복음」 68항)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 하신 이 말씀은 지금 한국의 현실을 너무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 예전에는 범죄로 여겨지던 낙태와 안락사가 이제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로 포장되고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모자보건법 개정안, 조력존엄사법안 등이 그와 같은 한국 사회의 상황을 말해 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범죄가 법제화가 되면 정당한 행위로 바뀔 수 있을까? 법은 과연 무엇일까? 법적으로 맞는 것이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것이 될 수 있을까? 중세의 위대한 신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법을 “행위의 규칙과 척도”라고 말한다. 즉, 법이 인간의 행위를 인도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으로 정해지는 것이 어떤 것이든지 우리는 그 법을 따를 필요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한 가지 언급을 추가한다. “인간적 행위의 규칙과 척도는 인간적 행위의 제일원리인 이성이다.” 즉, 법은 본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문화된 법이 아닌 것이다. 법은 이성의 원리이며, 이성에 부합하는 것이 진정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성에 부합하는 법은 무엇을 말하는가? 여기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심어주신 ‘자연법(Natural Law)’을 떠올리게 된다. 자연법은 모든 인간의 이성에 새겨진 법으로 “선을 추구하고 악을 피하라!”는 기본적인 원리를 우리에게 알려 준다. 


그렇다면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악한 것일까?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이성의 인도를 받는 자연적 성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적 경향을 올바른 방식으로 인도한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는 일은 자기를 보존하려는 자연적 경향에서 나오지만, 우리는 이성을 통해서 때와 장소를 가려서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성이 우리의 자연적 경향을 인도하는 기준은 바로 우리 각자의 완성, 다른 말로는 행복이다. 인간은 선한 행위를 통해서 자신을 완성해 가는데, 교회는 인간의 최종 목적은 하느님을 직접 뵙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인간의 완성은 하느님과 영원히 누리는 친교에 도달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다른 이들과도 친교를 나누게 된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의 구체적인 행위 안에서 이러한 친교를 훼손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을 대할 때 그의 인격적인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는데, 타인의 인격적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은 무엇보다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이는 자연법의 명령이며 이성에 부합하는 태도이다. 자연법은 모든 인간에게 새겨진 보편적인 규범이기 때문에 국법과 같이 인간이 구체적으로 만든 실정법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국법이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공동선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하며 가장 근본적인 기본권으로 생명권을 이야기한다. 국법은 무엇보다 기본권 가운데 기본권인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하는 법은 구속력을 상실한다고 지적한다. 그런 법은 더 이상 법이 아니다.


정부의 약물 낙태 합법화에 반대하는 집회에서 4명의 자녀를 가진 한 아버지는 분명히 말한다.


“법은 절대가 아닙니다. 그리고 법은 얼마든지 악해질 수 있습니다. … 합법이라는 말이 곧 정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글 _ 박은호 그레고리오 신부(서울대교구,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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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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