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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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쉼터] 대를 이어 나눔 실천하는 ‘크웰브 베이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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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님~, 빵 가지러 오세요.” 
경쾌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이계자 수녀(소피아·성바오로딸수도회)가 베이커리 카페 크웰브(Cwellve)를 운영하는 송예원(크리스티나·수원교구 용인본당) 씨에게서 두 달에 한 번꼴로 받는 전화다. 약속한 날, 이 수녀가 경기도 용인의 베이커리에 들어서면 송 씨는 크루아상과 화이트롤, 캄파뉴, 케이크를 차곡차곡 담은 상자를 건넨다. 통창으로 햇살이 쏟아지는 2층 베이커리 카페에서 수녀원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나눔. 이제는 두 사람 모두에게 익숙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몇 년째 이어지는 이 만남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송 씨의 할머니, 고(故) 배영숙(수산나) 씨가 있다.



할머니의 신앙


2005년 77세로 선종한 배영숙 씨는 생전에 아침 8시면 어김없이 성당에 나갔다. 가족 눈을 피해 화장실 청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말릴까 봐 숨어서 했고, 장례를 치른 뒤에야 그 사실이 자세히 알려졌다.


배 씨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힘든 일을 자처했다. 사실 넉넉한 형편이었음에도 물질로 충분히 돕지 못하는 아쉬움을 몸으로나마 채우고 싶어 했다.


받은 선물은 한 번도 쓰지 않고 새것 그대로 필요한 이들에게 내주었다. ‘좋은 것을 남한테 먼저 주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특히 수도자들에게 각별했다. 어린 손녀의 눈에도 그 모습은 선명했다. 길을 가다 수도자를 만나면 지갑을 다 비워 차비를 드리던 할머니였다. 


그 정신은 가족에게도 스며들었다. 송 씨의 어머니 최점숙(루치아) 씨가 무료급식소 설거지와 도시락 배달에 나서는 등 봉사 활동에 열심인 것도 시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나눔의 한 면이다.


배 씨는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하고 싶다는 뜻과 함께, 본인을 위한 기도를 가르멜 수녀회에 청하고 싶어 했다. 가족들이 유지를 받들어 알아보다가, 경기도 동두천에 신축될 의정부 가르멜 여자 수도원 소식을 접했다. 마침 건립 기금을 모으는 중이었다. 


가족들은 기꺼이 후원금을 보탰다. 북방선교를 준비하다가 동두천에 자리잡은 수녀원과 연결된 것은 신비였다. 송 씨는 “이북 출신으로 평생 통일이 소원이었던 할머니의 뜻이 이어진 것 같아 섭리처럼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밤새 구운 빵, 그것이 시작이었다


2021년경, 수녀원에서 연락이 왔다. 건물이 완공됐으니 한번 다녀가라는 것이었다. 할머니로 맺어진 끈이 오랜 세월을 넘어 다시 살아난 순간이었다. 마침 크웰브 개장을 준비하던 시기여서, 방문을 앞두고 제빵 연습실에서 밤을 새워 빵을 구웠다. 수녀가 일곱 명 정도라는 것도 모르고, 마흔 명분은 될 재료로 크루아상 등을 잔뜩 만들었다. 인원보다 푸짐한 빵 선물에 수녀들은 “나눠 먹으면 된다”며 반겼다.


이후 빵을 구우면 보냈고, 수녀들은 “맛있다”며 용기를 북돋워 줬다. 개업 과정에서 힘든 일을 털어놓으면 기도로 응답했다. 


“어려울 때 기도를 굉장히 많이 해 주셨죠. 많이 의지했었고, 기도하고 있다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됐어요.”


그렇게 나눔은 기도와 함께 익어가며 점차 퍼져나갔다. 성바오로딸수도회와도 손이 닿았고, 지금은 베이커리 인근 몇몇 수녀원과 무료급식소 등 복지시설에 빵을 전달하고 있다. 수도회들은 받은 빵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다시 나누기도 했다. 인연은 인연을 낳고 나눔은 나눔을 낳았다. 


나눔의 순환 



수도자들이나 기관의 “빵 잘 받았다, 고맙다"는 인사 속에 서로 안부를 묻는 일 자체가 송씨에게는 보람이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빵뿐이라 가끔은 죄송하기도 해요. 그분들의 봉사와 희생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갓 만든 빵을 바로 보내드리면 좋으련만, 냉동 보관했다가 전할 때면 아쉽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수녀님들은 속 크림이 살짝 녹아 아이스크림처럼 됐다고 더 좋아하신다”며 환하게 웃었다. 매장을 직접 찾기 어려운 복지시설 이용자들이 빵을 받아 행복해하는 모습도 뿌듯함을 더한다. 


크웰브는 2022년 용인 유림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선정하는 나눔 실천 ‘착한 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협의체의 밑반찬 지원 사업에 동참해 매월 다양한 식재료를 기탁해온 덕분이었다. 이 모든 것 뒤에는 베푸는 삶이 결국 선한 것으로 돌아온다는 믿음이 자리한다. 


이계자 수녀는 이를 두고 “예수님께서 행하셨던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을 참 많이 닮았다”며 “받은 선물을 기꺼이 이웃과 나누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있는 곳에 늘 섬김과 봉사가 함께함을 깨닫는다”고 했다.


송 씨는 “할머니의 정신을 따라가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의미를 느낀다”며, “직접 말씀드릴 수는 없어도, 할머니가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할머니가 내어주는 삶을 사셨기에 그 복으로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봉사의 첫걸음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이렇게 당부했다.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내가 베풀  수 있는 것에서부터 감사하게 시작하면, 더 큰 가치와 기쁨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크웰브(Cwellve)는 카페(Caf?)·크루아상(Croissant)의 ‘C’와 웰빙(Well), 열둘(Twelve)을 합친 이름이다. 완전한 숫자 12처럼 언제나 모든 이에게 좋은 공간이 되겠다는 뜻을 담았다. 할머니의 신앙적 헌신에서 비롯된 빵 나눔은 그 이름이 품은 ’완전함‘의 의미를 날마다 채워간다. 좋은 것을 아끼지 않고 다른 이와 나누는 일, 그것이 오늘도 이곳을 조금 더 깊고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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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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