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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만난 복음] 호국보훈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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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품을 받고 2년 차가 되면 동기 신부들이 모두 교구청에 모입니다. 군종신부로 갈 사제를 정하기 위해서입니다. 제비뽑기하는 반도 있고, 어느 반은 자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그때 들어가는 인원은 다르지만 적어도 한 명 이상은 반드시 가야 하기에, 그 시기에 서품받은 신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논하는 것입니다. 


사실 군종신부들은 대부분 두 차례 군 복무를 하는 셈입니다. 거의 모든 한국의 신학생들이 이미 신학교 재학 중 병사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칩니다.


원래 한국은 징병제가 아니라 모병제였습니다. 하지만 6·25전쟁이 발발하자 군인의 숫자가 부족하였고, 결국 전쟁 중이던 1951년 국회는 강제 징병제를 시행합니다. 이후 전쟁은 멈췄지만 완전한 ‘종전’이 아닌 ‘정전협정’이었기에 한국은 당시 압도적인 북한의 병력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당시 월급을 주면서 군인을 고용하기에는 국고가 부족했기에 강제 징병제를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종교인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승만 정부에서는 종교계 지도자들에게 병역을 면제해 주거나 혜택을 주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주교단은 먼저 “우리 신학생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똑같이 지겠다”고 내부적으로 결의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사회적 솔선수범을 위해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전쟁 직후 온 나라가 고통받고 청년들이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던 시절, 성직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특혜를 받아 군대에 가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큰 실망을 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천주교의 아픈 역사에 있습니다. ‘조상제사를 거부하고 나라의 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엄청난 박해를 받았기에, 한국교회는 누구보다 이 나라를 사랑하고 법을 잘 지키는 종교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했을 것입니다. 


물론 「교회법」 제289조에 성직자 신분에 맞지 않는 임무나 국가 공직에 대해 법률상 면제권이 인정될 경우, 면제권을 사용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예외 규정으로 소속 직권자(교구장 주교)가 달리 결정한 개별적 경우는 그러지 아니한다고 명시합니다.


이에 한국교회의 모든 신학생은 일단 학생 시절 군에 입대하고, 군종신부로 선정될 경우 다시 입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70년간 신학생들은 당당히 군복무를 마쳤고, 그중 일부 신부님들은 재입대를 통해 군종신부로 복무하고 있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들을 기억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숨을 바치지는 않았어도 지금까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군인들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쟁이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분명 묵묵히 군복무를 이어온 청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밤 9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기도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글 _ 허현 요한 세례자 신부(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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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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