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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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빚은 신앙] 순리대로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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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내가 선택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피아노를 배우다 성악으로, 성악을 하다 이탈리아로, 이탈리아에서 교회 합창 지휘를 거쳐 바로크 성악으로. 매번 내 의지로 방향을 바꾼 것 같았지만, 지금 와서 그 길을 한 줄로 이어보면 처음부터 누군가 놓아둔 길을 따라 걷고 있었던 것 같다.


유학 시절, 다시 노래를 해야겠다 마음먹었을 때였다.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오페라의 세계가 내게는 언제나 낯설었다.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살을 맞대며 노래하는 것이 어색하고 부끄러웠고, 무대 위에서도 나는 늘 내가 아닌 것 같았다. 


그 부정의 감정이 한창 깊어지던 어느 날, 바로크 성악을 처음 만났다. 너무나 우아하고 고상한 그 음악 앞에서 나는 비로소 ‘이것이 나구나’ 싶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5년의 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종교음악은 그 이후로 내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그레고리오 성가부터 폴리포니, 마드리갈까지. 피아노에서 오르간, 하프시코드까지. 내가 배워온 모든 것들이 하나로 모이는 곳이 결국 교회 안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길이 나의 결정이 아니었음을 비로소 받아들였다.


현재 나는 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소속 바로크 앙상블 ‘콘체르토 안티코’의 리더로 있다. 2019년에 창단한 이 단체는 바로크 시대의 악기로 그 시대의 음악을 재현하며, 종교음악을 전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뜻이 맞는 연주자들을 하나둘 모아 만든 이 앙상블이 지금은 수원교구 안에서 정기연주와 여러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쉬운 길은 아니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교회음악가는 더 가난하고 그들의 재능을 발휘하기에는 교회음악의 구조가 아주 폐쇄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뜻이 맞고 하느님을 향한 마음이 같은 사람끼리 만나야 시너지 효과를 더 낼 수 있는 거 같기도 하다


나는 교회음악은 경건해야 하고 거룩하며 우아하고 고상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부분에서 부딪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이 길을 놓지 못하는 건,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음악이라는 믿음 때문이고, 그 음악으로 단 한 사람에게라도 작은 위로와 기쁨을 전할 수 있다면 그보다 값진 보상이 어디 있겠냐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공연과 전례 안에서 잔잔하게 스며드는 음악, 그 안에 이야기가 있고 하느님께서 전해주시는 말씀이 있는 음악, 그런 음악을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교회음악이기도 하다. 


이 가르침을 깨우쳐 주시려고 20년 동안의 쉽지 않았던 학업과 여러 단체를 맡으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 성음악을 만들어간 경험의 길을 만들어 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기도와 묵상을 하며, 성가 하나하나를 부르며, 가사의 말을 되새김 하면서, 그 안에 담고자 한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하신 하느님.


오늘도 교회라는 공간 안에서, 그분의 뜻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찾아 연구하고 노래한다. 이 모든 힘겨운 과정조차, 이 길을 더 깊이 개척하고 발전시키라는 뜻에서 허락된 것이리라 믿으며.



글 _ 오선주 루치아(수원교구 성음악위원회 ‘콘체르토 안티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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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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